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 토론에서는 최근 검증 공방을 격하게 벌여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힘 겨루기에 시선이 집중됐다. 1, 2차 토론과 달리 설전에 설전을 거듭하면서 박진감이 넘쳤다.
먼저 이 전 시장이 포문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에게 “제 국가관을 의심한다고 했는데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박 전 대표는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문제로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을 때 이 전 시장은 ‘정체성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 쓸데 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하다가 지난해부터 ‘국가정체성이 흔들리면 안된다’고 말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점잖게 말해 오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서울시장 때부터 제 발언이 지금까지 일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되받았다. 이 전 시장은 “고차원적으로 얘기해 (박 전 대표가) 이해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박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질문이 길어지자 “무엇을 질문한 것이냐”고 무안을 줬고, “김노박(김정일 노무현 박근혜)이 이명박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야말로 전형적 네거티브다. 같은 당 후보끼리 이래서는 안 된다”며 이 전 시장을 공격했다.
지금껏 이 전 시장을 주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홍준표 의원은 보수색이 상대적으로 강한 박 전 대표에게 타깃을 이동, “노 대통령이 좌파의 포로라면 박 전 대표는 우파의 포로”라고 공세를 폈다.
토론장은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세 과시 대결이 최고조를 이뤘다. 손가락질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두 후보 지지자들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사전 행사 사회를 맡은 나경원 대변인은 “지지하는 후보 이름 대신 ‘한나라’를 다같이 연호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를 외치는 소리만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후보간 토론이 시작된 뒤 사회자인 고려대 안인해 교수가 “성숙한 토론 문화를 위해 박수와 환호를 자제해 달라”고 누차 당부했지만 이미 통제 불능 상태였다. 지지하는 후보의 말이 끝날 때마다 “옳소”라는 소리와 박수가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다. 급기야 이 전 시장이 나서서 “여기에 열린우리당 후보는 없다. 전부 한나라당 후보다”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의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토론회 시작 전에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고(故) 김선일씨가 억류된 상태에서 “President Roh Moo-hyun, I want to live(노무현 대통령, 나는 살고 싶다)”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상영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대전=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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