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중앙선관위의 공무원중립의무 위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부터 걸리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앞으로 일일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선관위에 질의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냉소 섞인 불쾌감마저 느껴진다.
선관위가 어떻게 결정할지 종잡을 수 없으니 앞으로는 어느 부분이 위법인지 미리 점검을 요구하겠다는 비아냥이다.
그러면서 당초 밝혔던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심판 등 법적 대응을 조만간 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점검으로, 법적 문제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가려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선관위를 상대로 한 ‘투트랙’ 투쟁 선언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청와대식 대처법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선관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천 대변인도 7일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썼다. 선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불복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하지만 속에는 더욱 강력한 반발이 들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관위 결정이 영향을 끼쳐서 공무원이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어느 당의 유ㆍ불리를 따져 망설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료제출은 해줘야 한다.
대통령의 명령이니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결정으로 국정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대통령의 사전 발언 점검 요청도 선관위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청와대의 압박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 발언을 선관위가 경고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에 물어볼 도리밖에 더 있겠느냐. 일종의 준법투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밖에 한나라당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정권 교체나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왜 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 여부를 조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이란 집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등 각 정당들도 정권 교체나 대선 승리를 주장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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