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급해졌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유통업계들은 속속 파트타이머 사원들의 정규직화 등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이런 변화는 ▦2년 넘게 근무한 기간제나 단시간제 등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정년을 보장하는 사실상의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대우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에 앞서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19일 350여명 사무계약직 직원을 전원을 이 달 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현대차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숫자는 많지 않지만, 대형 제조업체로는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을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하나은행등 금융권이 이미 정규직화의 깃발을 올렸으며 삼성그룹도 비슷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이 거센 곳은 유통업계이다. 신세계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마트는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6,000명까지 파트타임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의 파트타임 직원 5,000여명을 전부 근속기간과 상관없이 8월11일부터 연봉직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트타임 사원들도 기존 정규직과 똑같이 주5일 40시간 근무하는 연봉제로 바뀌고, 의료비나 학자금 지원, 휴가 등 복리후생에서도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일반 정규직과는 달리 연봉직은 승진을 할 수 없다.
롯데마트는 매장관리 담당 중 500여명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법 시행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매장관리 비정규직은 원래 입사 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왔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 등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4,400여명에 이르는 계산원 등 나머지 파트타임 사원에 대해서는 정규직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7월부터 일단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등 복리후생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다음달 1일부터 근무기간이 2년을 넘은 비정규직 2,600명 전원에 대해 기존 정규직과는 별도의 직군에 속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한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도 직무급제 정규직을 신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1,100명 중 선발ㆍ채용키로 하고 이 달 말까지 선발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법 시행에 앞서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100% 완벽한 정규직 전환은 피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결정으로 연간 150여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밝히는 등 돈 문제부터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업무를 아예 용역으로 전환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랜드의 뉴코아 같은 방법도 기업 이미지 때문에 택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등 비용이 급증하고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부담이 크다”면서도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쪽에 비정규직이 많고 기업의 이미지나 사회적 책임을 감안, 정규직화 이외의 방안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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