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들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대학이 고집을 부린다고도 하고, 정부가 기어이 대학을 ‘죽이겠다’고도 한다. 어찌 됐든 간에 이런 모든 사태는 저들끼리의 문제다. 죽어나는 것은 학생이요, 학부모다. 정부와 대학을 둘 다 탓하기는 쉽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잘잘못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선, 서울대가 내신 1, 2 등급을 똑같이 만점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서울대는 이미 4월에 그런 방침을 밝힌 바 있고, 세상이 다 아는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얘기다. 기존 내신 등급이 수, 우, 미, 양, 가 5등급인데 내년도 등급이 9등급인 만큼 1, 2등급을 같이 본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그때 별 말 없었다. 새삼 징계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의 발표 이후 사립대들이 내신 반영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르다 보니 서울대까지 본보기로 제재 대상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일부 사립대의 문제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어지간한 합의를 이룬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서울대에 불이익을 주려 해서는 안 된다.
다음, 고교 내신 성적의 의미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세칭 ‘주요 사립대’는 사태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 늦어도 올해 초, 이르면 2004년 말 공식 합의했고, 줄곧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사안을 입시 5~6개월을 앞두고 뒤집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행동이 아니다.
얼마나 좋은 대학을 만들겠다고 그 많은 학생들에게 그리 많은 고통을 주는가. 굳이 그리 해야 하겠다면 당당히 교육부의 제재를 받으라.
차제에 내년 입시 전형안은 올해 안에 어떻게든 확정해야 한다고 본다. 매년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 내신의 신뢰성에 대한 불만이나 대학의 자율에 관한 주장은 차후의 사회ㆍ정치적 합의를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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