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토종박사’가 홍콩 유명대학에 최고 대우로 조교수에 임용됐다. 주인공은 8월 서울대 경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이정훈(34ㆍ사진)씨. 회계학을 전공한 이 씨는 8월부터 홍콩뱁티스트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다.
특히 국내 인문계 박사가 해외 유명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해 역시 서울대 경영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손병철(42)씨가 홍콩 시티대 조교수로 임명된 바 있다. 경영대로서는 2년 연속 외국 유수 대학 교수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홍콩 대는 홍콩의 7개 국립 종합대 중 하나로 올해로 설립 51년을 맞는다.
이 씨는 일찌감치 해외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인 지난해 말부터 홍콩 과기대, 싱가포르 경영대 등 해외 유명 대학들이 그에게 러브 콜을 보냈고 이 씨는 이 대학들을 방문해 논문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했다. 손병철 교수가 있는 홍콩 시티대는 논문 발표, 인터뷰 등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무조건 와 달라고 했다.
홍콩뱁티스트 대학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되도록 여러 대학에 서울대 출신 교수가 있는 것이 학교 이름을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이 씨는 박사 논문에서 회계이익이 기업가치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기업의 본질적 영업 및 투자 활동이 회계이익이 얼마나 제 때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는 투자자나 규제기관에서는 기업 정보의 적시성을 평가할 때 영업 및 투자 활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이 씨는 경영대 4학년 재학 중이던 1994년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따고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학업을 이어왔다.
이 씨는 “회계사 자격증 따고도 남들처럼 직장 생활 대신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해서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드렸다”면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과 워튼 리서치 데이터 서비스 등 논문 연구에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학장님과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종박사로서 외국 학위자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겠다”면서 “학자로서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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