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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8>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우뚝…아직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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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8>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우뚝…아직도 배가 고프다"

입력
2007.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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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최근 주총에서 4연임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언론은 국내 금융계에 흔치 않은 사례지만 예상됐던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사내외 반응도 유사하다. 잘 달리고 있는 말의 기수를 구태여 바꿀 이유가 무엇이냐는 논리일 것이다. 지난 9년간 회사 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데 주목하는 시각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우리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이나 M&A 등을 통한 외부자금 조달 없이 순수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낸 국내 유일의 금융기업으로 꼽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직원의 3분의1을 내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나는 국내 금융 CEO로서 독자적 자구노력으로 위기를 돌파한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여긴다.

외형과 체질도 괄목상대했다. 최근 5년간 국내 보험시장은 연평균 4.9% 성장했으나, 코리안리는 연평균 13.5%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8년간 당기순이익은 과거 36년간의 5배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세계 재보험사 가운데 13위, 아시아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험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인 담보력(자본금+잉여금+비상위험준비금)은 8,225억원으로 3배 늘었고 취임 당시 60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최근 15,000원까지 25배가 뛰어 올랐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아니, 코리안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대표 재보험사로서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 경제력에 걸맞게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야 한다.(지난 99년 ‘2020년에 세계 10위’란 비전을 제시했을 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이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늘 성적표 이면에 주목해 왔다. 지난 9년간 CEO로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밖으로 보여지는 성적표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었다. 사람과 조직이 강해지면 실적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회사의 실적은 사람과 조직의 그림자인 것이다. 특히 금융업의 경우 사람을 빼면 남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늘 하는 말이지만 새로운 시장은 직원들의 도전과 열정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기에 실적에 앞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뽑고, 조직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왔다. 취임 초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간부회의 때나 신입사원 최종 면접장에 노조를 참석시키고, ‘열린 간부회의’를 만들어 전 직원이 돌아가며 간부회의에 들어오도록 했다.

회사의 주요 현안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추진되는지 직원들이 직접 보고 듣도록 한 것이다. 회사 경영을 CEO와 간부들이 독점하는 관료적 시스템을 깨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어 ‘실패사례 발표대회’를 도입하였다. 각 부서별로 과거 수년간 감춰왔던 실패 사례를 낱낱이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치부는 있기 마련이고 감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실패를 방치하면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인 것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어찌 보면 실패는 성공 보다 더 소중한 회사의 축적된 경험이자 지적 자산이다. 성공 경험보다는 실패 사례를 공유할 수 있을 때 조직은 더 건강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책임추궁은 전혀 없다. 진솔하고 정확한 실패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면,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사안일 속의 평화 보다는 처절하게 깨지고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하여 실패를 극복하면 비온 뒤 땅이 굳듯이 조직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다음은 인사제도 개선이었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다.

코리안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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