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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리는 영어마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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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리는 영어마을 현장

입력
2007.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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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의 희비가 엇갈린다. 2004년 영어마을을 최초로 조성, 원조를 자처하는 경기도는 “적자”라며 덩치 줄이기에 나선 반면 서울시는 “반응이 좋다”며 늘려나가고 있다. “효과가 의심스럽다”와 “교육은 투자인 만큼 적자는 당연하다”는 주장도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영어마을이 과연 투자에 비해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18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출입국관리사무소(매표소)에 들어서니 영국 고대 유적인 스톤헨지를 재현한 스톤헨지 플라자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영어만 써야 합니다’는 문구가 위압적이다. 캠프 내부는 도로를 따라 늘어선 베이지색 상가 등이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모(12)군은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을 배경으로 원어민 교사와 영어로 얘기해 보니 떨리고 긴장된다”며 “영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4박5일 일정으로 입소한 오중헌(12)군은 "학교수업과 별 차이가 없어 굳이 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수업은 30명이 수강, 사실상 외국인 강사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학생들은 영어만 쓰라는 요구에도 불구 우리말로 의견을 나누며 가족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국인은 없다. 가게 주인은 "외국인 인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1명만 쓰다 보니 외국인이 쉬는 날에는 내국인 직원이 주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K서점도 영어로 주문하고 쇼핑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용된 외국인이 없었다.

매년 200억 눈덩이 적자 부담교사 감축·수업질 저하 악순환

한때 40,50대1의 입소 경쟁률을 보인 영어마을이 ‘질 저하 논란’에 휩싸인 것은 경기도가 매년 200억원대의 적자를 보다못해 원어민 감축, 이용료 인상 등 경영합리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0원인 입장료를 6,000원으로 인상했고, 5박6일 정규프로그램을 4박5일로 축소하면서도 비용은 8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내ㆍ외국인 교사도 219명(원어민 138명)에서 180명(원어민 116명)으로 줄었다. 영어마을 그러나 관계자는 “일부 이용자들은 영어를 못해 보조교사나 직원들이 한국어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며 “원어민 교사 비율은 서울보다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 서울 풍납동 영어마을

같은 날 서울시 풍납동 영어마을은 초등학생들로 북적댔다. 아이들은 마을 곳곳에 마련된 병원, 힙합 댄스교실 등 43곳의 체험학습장을 찾아 다니며 원어민 교사 앞에서 신나게 재잘거렸다. 이모(13ㆍ덕수초교 6년)군은 “파란 눈의 외국인 교사와 영어로 대화해 너무 재미 있다”며 “수업 참가 학생도 10명밖에 되지 않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날 5박6일 정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402명으로 정원 450명의 89%를 기록했다. 2월부터 4월까지의 평균 59% 입소율에 비하면 대폭 올라간 수치다.

민간 위탁 시스템 경쟁력 강화스피치 콘테스트 등 특화 전략

이처럼 서울시 영어마을의 인기가 높은 것은 자경영제도 덕분이다. 재단을 통해 직접 운영하는 경기도와는 달리 교육전문 기관이 민간위탁을 맡고, 운영 경비는 입소자의 참가비와 수익시설 등을 통해 마련되는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민간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주지 않으며, 업체는 흑자구조를 만들기 위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풍납 영어마을 위탁업체 관계자는 “시내 다른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거점 영어마을 등과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개발, 입소율을 높이고 있다”면서 “매주 6개국 영어권 국가들의 기념 주간을 운영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스피치 콘테스트 등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적자가 발생해도 교사 인원을 감축하지 않고, 66명(원어민 36명)의 내외국인 교사를 계속 확보하고 있다.

서울시는 영어교육 격차 해소와 영어 공교육 보완이라는 기본취지에 맞게 참가비를 대폭 낮추고, 풍납ㆍ수유에 이어 2010년까지 관악구 봉천7동을 포함해 2곳을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영어마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 교장들을 만나 설명회를 갖고 운영 개선점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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