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를 보다 말고 아내가 돌연 이런 질문을 해왔다. 당신은 왜 그렇게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까? 나는 아내의 의도를 대충 눈치채고 자세를 바꿔 앉았다.
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보면 당신은 스무 살 이후 총 열네 번 이사를 다녔습니다. 부동산 때문인가요? 아내의 질문에 나는 네, 시인합니다, 부동산 때문입니다, 라고 답변했다. 월세 옥탑방은 일 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신은 장학금을 유용하진 않았나요? 아내는 곧장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장학금이라곤 생전 받아본 적도, 장학금을 타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본 적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혹시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은닉하진 않았나요? 친인척들에게 돈을 꾼 적은 몇 번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매번 용돈도 타 썼습니다.
그럼 혹시 탈세를 한 적은 없나요? 질문을 질문답게 하십시오. 지난달에 국세청에서 소득보다 세금을 더 많이 냈다고, 환급해준다는 고지서가 온 사람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아내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언제? 왜 나한텐 말 안했어?
나는 순간, 말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저기 그게 아니고. 나는 손사래까지 해대며 돌이키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검증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었다. 아내는 내 비자금으로 비데를 사야겠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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