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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파리 날리는 분양시장… 아파트 바겐세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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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파리 날리는 분양시장… 아파트 바겐세일 중

입력
2007.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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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할인판매도 예전 같으면 소리소문 없이 했지만 요새는 대놓고 공개적으로 하는 판이에요. 1년 전만 같으면 ‘땡처리’(미분양 물량을 제3자에 저가로 일괄 매각)라도 했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쉽지 않아요.”

대구 상인동의 A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시장상황에 대해 “이상 나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일 부도 전후로 분양 예정이던 건설업체들이 죄다 분양일정을 하반기 이후로 미뤘을 정도”라며 “비단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도급 업체와 자재 납품사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B건설 관계자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고 공공택지의 반값 아파트 등이 현실화하면 중소 민간건설사들의 신규공급 아파트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일정 수준 숨통을 터주기는 하겠지만 곤두박질친 지방 건설 경기를 되살리기엔 불충분하다”고 토로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대구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숨통이 터질 것으로 현지 업계는 기대했지만 지금은 투기과열지구 해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얘기다.

C아파트 분양 관계자도 푸념 일색이다. 그는 “대구지역에서는 이미 미분양이 1만 가구를 넘어선 데다, 올해 분양 일정이 잡힌 물량만도 1만8,000가구에 달해 공급 초과 우려가 크다”며 “초기 분양률이 20%도 안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자금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지역 업체들로서는 ㈜신일 사태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현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건설사가 당초 지난달 분양하려했던 수성구 두산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은 올 10월 이후로 일정을 연기했다. 대구 시장 진출을 위해 사업 부지를 확보했던 D사와 E사 등 1군 대형 업체들도 잇따라 신규사업장을 포기한 상태다.

부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느는 데다, 금융권이 대출관리의 고삐를 강하게 죄면서 건설업체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때문에 미분양이 심한 일부 건설업체는 부도설까지 쉽게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백화점 바겐세일을 연상시킨다. 부산의 중견 건설사가 지은 이 아파트 외벽에는 ‘특별분양. 분양가 50% 무이자 융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분양 관계자는 “입주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절반이 미분양상태”라며 “공사 대금이라도 충당하려고 온갖 혜택을 다 제시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은 지금 건설사의 무덤”이란 얘기까지 나돈다고 한다.

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신규 분양 모델하우스마다 ‘파격 분양 조건’ ‘무이자 융자 혜택’ ‘1년 전 분양가’ 등을 내세운 분양광고 현수막이 넘쳐 나고 있다. F건설이 부산 번화가에 짓는 아파트에는 ‘일부 평형 마감,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확인 결과 3가구가 공급된 한 개 평형만이 마감됐을 뿐, 60% 이상은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

부산의 모 업체는 미분양이 워낙 많아 모든 계약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일괄 해약한 뒤, 수천만원씩 분양가를 깎아 재분양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미분양분만 할인판매를 할 경우 기존 분양자들의 민원으로 시달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내세운 고육지책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털어 놓았다.

대구=전태훤기자 besame@hk.co.kr부산=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 고분양가도 한몫/ 수요예측 실패… 지으면 다 팔리던 시절 끝나

지방 부동산시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건설업계 자신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부동산정책의 총체적 실패 탓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론 건설업체들이 ‘지으면 팔린다’는 주먹구구식 판단 아래 수요예측에 실패한 결과다. 시장흐름을 모른 채 비싼 분양가를 책정하고, 중ㆍ대형 평형 위주로 물량을 마구 공급한 것이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박원갑 소장은 “업자들이 지방에도 분양가를 높이면 (수도권처럼) 주변 아파트값이 그 시세에 맞춰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며 “고분양가가 결국 경영난을 자극하는 부메랑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부산 낙동강 하구둑 인근 명지신도시에 조성중인 Y아파트는 장기 미분양으로 인해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000만원선. 부산 중심가의 아파트 평당 가격이 700만~80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가격이다. 회사측은 최고급 마감재에 최첨단 편의시설을 설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내에서 멀고 교통도 불편한 이 아파트를 평당 1,000만원씩 주고 입주하겠다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다.

D건설은 대구 달서구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를 1,100만원대로 책정했다. 주변 시세(577만원)에 비해 2배 높은 가격이다. 최근 부도를 낸 S건설이 동구 신서동에 분양중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도 주변시세(492만원)에 비해 25%이상 비싼 660만원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T건설은 경남 마산 한일합섬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마산 최초로 분양가를 1,000만원대로 책정, 화제가 됐지만 실제 분양률은 저조한 상태. S사도 충북 청주시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했으나, 1,200만원대의 고분양가 탓에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물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부 업자들은 아예 금융비용까지 분양가에 포함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귀뜸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수요층이 엷은 지방에서 분양가를 비싸게 받는 것은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침체된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시장여건에 맞게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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