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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사인의 모든 것… 그들의 현란한 손끝에 승부는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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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사인의 모든 것… 그들의 현란한 손끝에 승부는 춤춘다

입력
2007.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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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이던 8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을 고르자 두산 덕아웃이 바빠진다. 김경문 감독은 모자, 코, 턱을 차례로 만진다. 그러자 3루에서 감독의 사인을 지켜보고 있던 김광수 작전코치는 양손으로 팔목, 팔뚝, 어깨를 짚더니 오른손을 다시 가슴으로 가져간다. 이어 팔뚝, 어깨, 팔목 순으로 터치한 뒤 두 주먹을 맞부딪친다. 두산의 히트 앤드 런 사인은 이렇게 끝났다.

야구장에 가면 안타는 못 봐도 사인은 구경할 수 있다. 야구에서 사인은 크게 ▲감독-작전코치 사인 ▲투ㆍ포수 간 사인으로 나눌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폴 딕슨은 그의 저서 <야구의 감춰진 언어(the hidden language of baseball)> 를 통해 한 경기에서 양팀이 주고 받는 사인이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Over the course of nine innings hundreds of silent signs and signals are given and received by managers, coaches, and players – a thousand or more, excluding umpire signals, is a common estimate-9이닝 동안 감독, 코치,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 수백개의 사인과 신호가 오간다. 심판의 신호를 제외하더라도 이를 합치면 대략 1,000개가 넘는다)

그라운드의 감독-작전코치

3루 베이스 옆쪽에 서 있는 작전코치는 감독의 대변인이다. 작전코치는 덕아웃에 있는 감독의 사인을 받으면 이를 선수에게 전달하는 메신저다. 작전코치는 경기 전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반드시 ‘키(key)’를 정한다.

가령 모자를 키로 하고 오른손으로 세번째 터치하는 부분이 ‘진짜 사인’이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팔목=번트, 팔뚝=히트 앤드 런, 어깨=스틸 사인이다. 다시 말해 코치가 오른손으로 모자를 만진 뒤 팔목, 어깨, 팔뚝 순으로 터치했다면 히트 앤드 런 사인이다. 오른손이 다시 모자로 가면 사인은 일단 취소가 된다. 대체로 ‘키=취소’인 셈이다. 오른손이 진짜일 경우 왼손으로 내는 사인은 전부 거짓이다.

한 경기에 최소 300번-배터리

한 경기에서 양팀의 투구 수를 합치면 300개 정도 된다. 누상에 주자가 없으면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누상, 특히 2루에 주자가 있을 경우엔 패턴이 달라진다.

포수가 손가락으로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의 사인을 내면 투수는 오른 손가락(우완투수 기준)을 왼 어깨에 갖다 대는 것으로 화답한다. 즉, 투수가 손가락 두개를 어깨에 대면 포수가 낸 두번째 사인의 구종을 던지겠다는 뜻이 된다.

사인 미스는 필연

사인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기만행위지만 종종 ‘아군’이 속기도 한다. 한 경기에서 작전코치는 대략 20번 가량의 ‘진짜사인’을 내는데 이 가운데 선수가 사인 을 놓치는 경우가 3, 4차례나 될 때도 있다.

두산은 지난 6일 광주 KIA전 3회말 공격 때 사인 미스로 득점 찬스를 놓쳤다. 무사 1ㆍ3루에서 1루 주자 이종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타석의 고영민이 스퀴즈 사인으로 오인, 번트를 댔다. 하지만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뜬 바람에 타자와 1루 주자가 더블아웃 되고 말았다.

사인이 바뀌는 주기는

작전사인은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는다. 자주 바꾸면 혼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인이 간파됐다고 생각되면 경기 중에도 키 등 사인의 핵심요소를 바꾸기도 한다.

KIA 김종윤 작전코치는 “우리 팀 선수가 사인 미스를 하는 경우와 상대가 우리 팀 사인을 간파하는 경우를 비율로 따지면 8대2쯤 된다.

이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사인을 바꾸지는 않는다”면서 “야구를 20년 이상 하고도 타석에서 사인을 잘 보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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