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산하 기금이 방만하거나 보신(保身) 일변도로 운영돼 국민 세금과 다름없는 돈이 마구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교수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이 전체 60개 기금(올해 운용총액 308조원) 중 국민연금 등 39개 주요 기금을 대상으로 조사해 어제 내놓은 ‘2006 사업ㆍ자산 운용 평가보고서’가 그것이다.
사실상 국가예산의 한 부분이면서도 정부의 ‘쌈짓돈’처럼 여겨져온 각종 기금이 무책임하게 운용된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발전기금은 지원요건에 맞지 않는 광고단체연합회 임직원들의 인건비에 충당되고, 시청자단체 활동 지원을 핑계로 일반 시민단체에도 지원됐다. 체육진흥기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도와 관계없이 체육진흥센터 건립 부지와 예산을 갖춘 곳부터 일괄적으로 30억원씩 지원해 ‘부자 지자체’만 덕을 봤다.
근로자복지 진흥기금은 ‘실직자 창업지원사업’을 벌이면서 대상자의 소득 및 재산 기준도 제대로 정하지 않았다.
또 군인복지기금은 독립채산제라는 이름으로 173개로 나뉘어 운영되는 바람에 효율성 저하는 물론 거래 금융기관의 성과가 크게 나빴고, 남북협력기금은 목표수익률을 시중금리가 아닌 ‘한국은행 물가상승률’로 잡는 무사안일로 일관했다.
대외협력기금 등 몇몇 기금에선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이 성과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평가와 견제, 리스크관리 등의 시스템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얘기다.
평가단에 용역을 의뢰한 정부도 이번 보고서에 대해 “기금의 자산운용 실태가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초보적인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과 달리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는 기금이 ‘눈먼 돈’처럼 쓰여지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150조원대의 국민연금이 고작 8명의 인원으로 운용되고, 어떤 기금은 개인투자자의 돈처럼 1명이 운용을 도맡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의 돈을 이렇듯 소홀하게 여기고 마구 다루니 세금 얘기만 나오면 모두 흥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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