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는데, 그냥 있을 수 있나요?” “바꿔야 산다면 바꿔야죠.”
요즘 제주도 내에서 이구동성으로 흘러 나오는 목소리다.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난 지 11개월. 짧은 기간이지만 제주는 서서히 변하고 있고, 또 변화를 외치고 있다.
변화의 숨결은 늘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던 재래 시장에서도,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던 관광지에서도 느껴졌다. 무표정하고 무뚝뚝하던 공무원들로 넘쳐 나던 관공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사원 현정민(40ㆍ제주시 용담2동)씨는 “사실 변화에 무딘 곳 중 하나가 바로 제주고, 제주 사람들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도민들 사이에 제주도의 낡은 병폐와 ‘닫힌 사고’를 버리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주의에 물들어 있던 제주에 ‘바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제주도에 변화의 불씨를 당긴 것은 바로 ‘뉴제주 운동’. 제주도가 “특별자치에 걸맞은 신(新) 제주시대를 열어 가자”며 2월부터 추진 중인 이른바 범 도민 사회개혁 운동이다. 제주를 선진 사회체계를 갖춘 자립형 지역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주도내에 고질적인 ‘제주병(病)’이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부 자치행정국장은 “제주는 지리적 특성 등으로 인해 유난히 강한 연고주의와 중앙정부에 기대려는 의존주의, 책임회피주의, 패배주의가 남아 있다”며 “제주가 새롭게 태어나려면 가장 먼저 제주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총대를 멨다. 공직자들이 먼저 자신들의 ‘못된 버릇’을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공직 내부에서부터 변화하지 않고는 민간 참여는 물론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세계시민 양성은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도는 조직 내 ‘공공의 적’ 퇴치 운동을 전개해 700여건의 행정개선 항목을 찾아냈다. 또 “예산과 선례, 근거, 권한, 시간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는 이른바 제주 공무원들의 ‘5대 타령’ 버리기와 공직자 이미지 개선 운동을 추진했다. 여기에 공무원 삼진 아웃제 도입과 행정 서비스 만족형 조직개편, 연공서열형 인사시스템 파괴, 1부서 1실천 과제 추진 등도 곁들였다.
관 주도의 의식개혁운동이라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지만 공무원들의 자기반성은 민간의 참여를 가져왔다. 실제 뉴제주 운동 시작 이후 지금까지 시민ㆍ사회단체들이 의식개혁 과제 발굴을 위한 토론회와 워크숍을 103차례, 도민 결의대회는 무려 334차례나 개최했다.
예상 밖의 반응에 제주도도 놀랐다. 도 관계자는 “도민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다”며 “교통신호 하나라도 지키려는 도민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는 지역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세계 속의 제주인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평생학습센터와 시민대학의 유기적인 연계 뿐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출향인들을 네트워크화해 자질 함양을 돕기로 했다.
또 주민이 생활자치의 중심이 되는 참여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센터를 특성화하고 뉴제주 운동의 구심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주민자치센터 운영예산으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많은 27억7,900만원을 지원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뉴제주운동은 주민들이 직접 마을단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을 가꾸도록 하는 등 민간주도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진정한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제주발전의 토양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환 제주지사 "성과주의 인사통해 道政 혁신 지속"
"제주에 '신(新)바람'을 불러 일으키겠습니다."
김태환(65ㆍ사진) 제주지사는 "뉴제주 운동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도민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정신적 가치이자 제주발전을 위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과거 제주를 바꿔보자는 운동들이 번번이 실패한 것은 변화의 주체인 사회지도층과 공직사회가 객체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되 밟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무원 삼진 아웃제와 능력ㆍ성과 중심의 인사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공직자들에게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불어 넣을 것"이라며 "특히 뉴제주 운동이 일회성 행사로 끝ち?않도록 행정부문 1부서 1과제 운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그에 상응하는 상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공직사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도민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제주사회의 고질적인 '제주병(病)'을 치유하는데 적극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 토박이로 민선 2,3기 제주시장을 역임한 김 지사는 2005년 6월 민선 3기 제주지사 재선거에서 당선된 데 이어 지난해 5ㆍ31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제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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