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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CO₂!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필립스의 지속가능경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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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CO₂!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필립스의 지속가능경영 실천

입력
2007.06.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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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직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네덜란드 행 비행기를 탔다.

박지성은 축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로 진출하기 직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훨훨 날았다. 당시 그의 가슴에는 ‘태극마크’ 대신 팀 후원사인 ‘필립스(PHILIPS)’가 새겨져 있었다. 면도기보다 박지성의 유니폼 덕에 필립스는 한국과 더욱 가까워졌다.

LCD TV, 램프,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필립스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친환경 기업이다.

필립스의 친환경 경영은 창업자인 안톤과 제라르드 필립스 형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내공업 형식으로 1891년 문을 연 이들은 사업규모가 확장돼 새로 공장을 세울 때마다 원칙이 있었다.

실업률 해소를 위해 반드시 실업자가 많은 지역을 선택했다. 직원 복리후생을 챙기는 것은 물론 공장 주변지역에 학교를 건립했다. 이는 경제, 환경, 사회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의 ‘고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필립스는 스스로 “지속가능 경영은 회사의 ‘유산’이며 ‘DNA’”라고 한다.

필립스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약 2만5,000개다. 회사는 제품의 설계, 생산, 운송, 폐기물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해 친환경 성과를 평가한다.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는 주요 제품의 에너지 효율, 포장제, 수명 등 환경 성과를 싣는다.

200여개 제품은 회사가 친환경 상품으로 선정한 ‘Green Flagship’ 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제품은 필립스 전체 매출의 16%(40억 유로)에 달한다.

사내에서는 친환경 성과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팀에게 ‘Eco Award’를 수여, 격려하고 다른 사업장과 팀을 독려한다.

1970년대부터 쓰레기 감량화 정책을 펴왔으며, 98년부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위한 에코비전을 4년 주기별로 발표한 뒤 그 결과를 평가한다. 또 매년 에너지, 물, 폐기물 사용량 및 배출량을 집계해 발표한다.

전세계 2만5,000여개 협력업체도 친환경 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필립스의 협력업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에 응해야 한다. 필립스는 먼저 자사의 지속가능 경영에 동참한다는 서명을 받는다.

그리고 반환경적인 원재료는 사용하지 않는지, 부당 노동행위는 없는지, 사회공헌 활동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다. 이어 매년 실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각국의 200~300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 이를 확인한다.

당초 약속과 어긋나면 협력업체 자격을 박탈한다. 그 결과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평가지수(DJSI)에서 재활용품 및 서비스부문 세계 최우수 지속가능성 기업으로 두 번이나 선정됐다.

필립스 헹크 드 브루윈 수석부사장은 “창업 이후 종업원과 지역사회는 물론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면서 “부의 창출과 환경 개선, 사회에 대한 공헌이 회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아인트호벤=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ABN 암로 은행

“회사는 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주식 소유자들을 위해 당연히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은 사회발전을 위해 이윤을 다시 나누는 것이다. 바로 지속가능 경영이다.”

네덜란드의 ABN 암로 은행의 지속전략 & 리포팅 담당 마잔 반 더 팔스 상무는 최고의 금융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게 회사의 경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17, 18세기 유럽의 상공업과 무역을 주도했으며,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금융 중심지였다. 그 맥이 이어져 1824년 ABN 암로가 탄생했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 최대은행이자 자산 규모만 1만546억 유로(약 1,310조원)로 세계 13번째 은행이다. 우리나라에는 79년 서울지점이 문을 열었고, 지난해 은행, 증권, 자산관리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자산관리 사무소가 개설됐다.

은행이라는 특성상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ABN 암로는 환경을 금고의 귀중품처럼 소중하게 다룬다.

2000년 ‘자연의 친구들’이라는 환경운동단체의 권유를 적극 수용하면서부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화이트칼라의 상징인 직원들에게 출ㆍ퇴근때 가급적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소모품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들에게도 친환경을 실천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한다. 단순히 단가가 낮은 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친환경을 준수한다는 본사의 철학과 맞는 업체만 계약한다. 세계 각국의 사무실은 여름과 겨울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복사용지 절감, 다회용컵 사용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운동 결과 그 동안 무려 55억 유로(6조8,300억원)를 절감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내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04년을 기준으로 10% 이상 줄인다는 목표로 세부내용을 실천중이다. 올해 초 ‘탄소중립’도 선언했다. 출장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면 배출하는 CO2를 상쇄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환경단체 등에 기탁, 나무를 심게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메리트’가 있다.

ABN 암로가 지속가능 경영을 선언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지속가능 경영이란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지 오래 전부터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었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이 되기 위해 고객을 존중하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암스테르담=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GRI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경제와 환경은 상극의 개념으로 인식됐다. 화려한 경제발전 뒤에는 환경파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상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특히 환경보호 활동 같은 소극적 참여에서 사회공헌 활동 등 적극적 참여로 범주가 확대됐다. 점차 기업의 책임경영, 윤리경영, 환경경영, 사회공헌 등을 통합한 지속가능 경영이란 개념이 도입됐다. 또 기업의 종합정보 보고서나 다름없는 경제, 사회, 환경의 척도를 개발하는 단체도 생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97년 ‘세리즈원칙’을 제정한 미국의 비정부기구(NGO) 세리즈(환경에 책임을 지는 경제를 위한 연합)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이 중심이 돼 설립한 기구다.

GRI는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스위스 제네바 등 세계 주요 도시 수백개 연구기관을 통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을 수집한다. 다시 세계 각국의 사회, 경제 전문가 100여명이 내용을 보완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기준을 공표하고 의견을 수렴, 자체 이사회, 심의회를 거쳐 기업 척도의 틀을 최종 확정한다. 99년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발표했으며 사회 변화를 감안해 2, 3년 주기로 내용을 수정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GRI가 작성한 틀을 기준으로 매년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물론 GRI는 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문하지만 이를 어떻게 작성할지는 해당 기업이 결정한다. 국제적으로 인증된 이 보고서를 근거로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고, 금융기관은 거래를 판단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삼성SDI, 현대자동차, 포스코, 신한은행 등이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세계 정상급의 1,000여개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

GRI 신 길버트 기술담당 이사는 “일부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 자화자찬만 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기업 스스로 한계나 개선점까지 보고서에 포함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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