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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싸맨 고3 교실/ "그놈의 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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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싸맨 고3 교실/ "그놈의 내신…"

입력
2007.06.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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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흔들리지 말고 기말고사 준비만 열심히 하라지만 그게 쉽나요. 우리가 실험용 쥐도 아니고…”(서울 K고 3학년 신모군)

“입시지도를 20년 가까이 해봤지만 올해처럼 오락가락 한 적은 처음입니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경기 A고 진학담당 교사)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지를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수험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불만은 누르면 ‘팡’ 터질 정도로 쌓여 있다. 심지어 “내신 4등급까지 만점”이라는 일부 사립대의 계획을 두고 ‘적극 찬성’과 ‘적극 반대’로 갈려 학교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다.

신일고 최경호 진학지도부장은 “학부모들이 내신 비중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라며 “대학이나 교육부가 물러 설 기미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용산고 배병주 교사는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 교육부의 말을 믿고 입시 지도를 해왔는데 갑자기 대학들이 딴 소리를 하니 이해가 안 간다”며 “예년 이맘 때면 입시안이 정해지고 그에 맞춰 수능과 내신, 논술 중 주력 분야를 정했는데 큰 일”이라고 했다.

숙명여고 3학년 신아인(19)양은 “4등급까지 만점 소식에 들떴다가 확정된 게 없다는 소식에 땅이 꺼진 듯 가라앉는 친구들이 많다”며 “기말 고사에 집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이라고 전했다.

‘내신 4등급까지 만점’계획은 또 일반고와 특수목적고를 편 가르기 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들은 “특목고 우대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교육 현장은 우대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정고 김기운 교사는 “내신을 쓸모 없이 만들고 공교육을 죽이는 꼴”이라며 “수능이나 논술 비중이 커지면 사교육 시장만 좋은 일 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일고 3학년 전요한(19)군은 “학원도 안 다니고 3년 동안 학교 수업만 열심히 해 내신 성적을 올려 놓았는데 4등급까지 만점을 줘버린다니 배신감이 든다”며 “수능과 논술에 강한 특목고만 좋아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평준화 학교인 경기 안산동산고 조규철 교사는 “교육부 조사 결과를 봐도 내신 성적 좋은 학생 중 수능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25%에 불과할 만큼 둘 사이의 상관 관계는 낮은 편”이라며 “내신 변별력이 높지도 않은데 자꾸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모집은 사실상 내신으로 뽑는 만큼 정시모집은 내신 비중을 낮추고 수능과 논술 비중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고충을 이해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 공방도 한창이다. 바른교육권 실천행동 문주현 사무국장은 “대학들도 분명 잘못이 있지만 교육부가 믿을 수 없는 정책을 만든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들이 2004년 국민적 동의를 모아 만든 입시안을 이제 와서 뒤집겠다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박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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