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술집, 청계산 등지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폭행한 것은 시인하면서도 흉기 사용, 계획 범행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회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사건 당일 저녁식사 도중 눈 주변이 찢어진 아들을 보고 사건을 알게 돼 서울 청담동 술집으로 가 피해자들을 모아 놓고 가볍게 쥐어 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담동 술집에서 청계산으로 이동한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자신이 때렸다고 거짓말하는 조모씨에게서 실제 아들을 누가 때렸는지 듣기 위해 ‘조용한 곳’ 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사가 “술집 방문을 닫으면 조용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김 회장은 “검사님 술집 안 가보셨죠? 옆방 음악소리가 시끄러운데 조용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검사가 다시 “피해자 조모씨를 어느 정도로 때렸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복싱에 대해 잘 아시느냐. 복싱에서처럼 피해자들의 아구를 몇 번 돌렸고, 때리다 지쳐 경호원들에게 때리라고 했다”고 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쇠파이프로는 겁만 줬고, 전기충격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흉기 사용을 부인했다.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눈을 맞으라’며 직접 때렸냐”는 질문에는 “아들뻘 되는 애들과 맞장 뜰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때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실제 아들을 때린 사람이 있는 서울 북창동 술집으로 갔고, 술집 사장에게 데려오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데려와 술집 사장의 뺨을 때렸다”면서 “실제 아들을 때린 윤모씨를 데려와 아들에게 ‘빚진만큼 갚으라’며 때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신문에 앞서 김 회장측 변호인은 “김 회장이 공소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한화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달 말 6조~7조원 상당의 석유개발 합작사업 계약을 앞두고 있어 김 회장의 신병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보석 허가를 구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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