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요구 수준을 구체적으로 통보해 옴에 따라 정부는 미국측 제안을 심층 분석하는 한편 대응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일단 미국이 당초 우려됐던 자동차 등 여러 민감 분야를 추가협상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추가협상은 낮은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에 의해 시작되는 추가협상인 만큼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미국의 공식 추가협상 제안 이후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제안 내용을 면밀히 분석 검토한 후 관계부처 간 논의를 거쳐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제안이 오면 이익이 되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이익의 균형을 흔드는 추가협상'은 거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17일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21일 미국의 설명을 직접 들어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안이 지난달 초 미국 의회와 행정부 간의 '신통상정책'합의 이후 예상돼왔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미 FTA 추가협상은 21일 시작되는 셈이다.
정부는 미국측 제안 내용에 대해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혜민 기획단장은 "일단 노동, 환경 분야 관련 내용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며 "항만안전이나 투자 분야 등 상당수 제안은 이미 타결된 협정문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인데, 단지 좀 더 명확하게 짚고 가자는 정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정부로서는 추가협상 테이블에 미국측 제안만 올릴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노동, 환경, 의약품, 필수적 안보 등 상당수 제안 분야가 양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쉽게 유ㆍ불리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의 미국 투자자 역차별 금지 등 일부 조항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우리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정부는 우리가 미국 측에 역으로 제안할 대상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협상 성과가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문직 비자쿼터, 의약품 관련 지적재산권, 무역구제 등의 분야에서 요구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역제안을 할) 그런 것들을 정부 안에서 생각은 하고 있다"며 전문직 비자쿼터와 의약품, 지적재산권 등의 항목에 대해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양국이 21~22일 서울에서 추가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이달 말로 임박한 협정문 서명과 추가협상은 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협상은 미국측 설명을 듣는 자리로, 본격적인 협상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명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서명 후 추가협상을 마무리지은 뒤 이를 다시 협정문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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