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분리통치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서방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에 대한 고사작전에 들어갔다. 중동국가들은 하마스와 파타당의 공동내각 수립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파타당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살람 파야드 전 재무장관을 총리로 하는 비상내각을 17일 출범시켰다. 비상내각에서 하마스 세력은 배제됐다.
하마스는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 주도의 기존 내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팔레스타인은 파타당의 서안지구와 45㎞ 떨어진 하마스의 가자지구, 2개 정치체제로 움직일 전망이다.
중동지형의 변화에 따른 서방정책은 19일 미국-이스라엘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대체적인 밑그림은 하마스와 파타당을 분리, 대처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타당에는 정치ㆍ경제적으로 힘을 실어줘 압바스의 입지를 넓혀주고, 하마스에는 군사공격과 경제봉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미국은 압바스 지지를 확인하고, 15개월간 지속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지원 중단을 해제키로 했다.
예루살렘 주재 미국 총영사 제이콥 윌레스는 “이번 주 초 워싱턴에서 지원재개가 발표될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생명줄인 서방지원이 작년 1월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후 중단되면서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졌다. 지원이 재개되면 파타당과 압바스는 정치적으로 큰 힘을 얻게 된다.
이스라엘도 압바스의 비상내각에 대해 즉각 환영성명을 낸데 이어, 1년여 간 동결된 팔레스타인 몫의 세수 6억달러를 이체해 압바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하마스가 배제된) 새 정부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이며, 팔레스타인 주민에게도 득”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는 군사공격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에후드 바라크 신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수주 내 하마스 공격을 위한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군 고위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중동국가들은 분리통치로 가장 득을 보는 쪽은 이스라엘이라며 파타당과 하마스 양쪽에 압력을 넣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파이잘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내분으로 (분리통치를 모색해 온) 이스라엘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분리통치가 돼도 하마스, 가자지구의 150만 주민, 중동국가들의 반대 등 많은 변수가 있다”며 “두개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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