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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로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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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로비의 진화'

입력
2007.06.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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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JU)그룹의 주수도(구속 재판 중) 전 회장은 2005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주씨는 “서해유전 개발과 관련, 정부기관과 문제가 생기면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예금통장 하나와 도장,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통장은 주씨나 이 전 의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였고 잔고는 3,000여만원이었다.

주씨는 통장 잔고가 떨어질 만하면 다시 채워넣는 식으로 이 전 의원측에 2억1,000여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는 이처럼 차명통장을 통째로 넘기는 신종 로비자금 전달수법을 이용, 정ㆍ관계를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의원에게 차명통장을 건네 로비를 시도한 것도 주씨가 검찰에서 진술을 함으로써 그 실체가 확인됐다.

차명통장 거래는 돈을 건넨 쪽이나 받는 쪽이 쉽사리 추적을 피할 수 있다. 계좌와 함께 비밀번호와 도장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받는 쪽에서는 신원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하게 돈을 빼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계좌를 이용할 경우 돈을 준 사람만 입을 열지 않는다면 자금흐름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주씨는 심지어 노숙자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대포통장’까지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자금추적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씨는 차명통장을 건네면서 현금카드를 제공하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법조계 저명인사 행세를 하며 수사무마 청탁 대가로 JU측에서 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13일 추가기소된 학원강사 출신 이모(56)씨는 주씨 명의 등의 현금카드 2장을 받아 6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여권의 한 의원이 JU측에서 차명계좌와 함께 현금카드를 받아 수 천만원을 사용한 정황도 포착해 조사중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차명통장과 현금카드를 건네는 수법이 검은 돈의 진일보한 전달방식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상대방의 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은 계좌추적에서 바로 들통나기 때문에 요즘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현금을 사과상자나 쇼핑백에 담아 건네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뭉텅이 돈을 금융기관에 예치할 수도 없고 보관하기도 불편해 받는 쪽에서 상당히 꺼리는 ‘구식’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JU의 로비과정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신종수법의 은밀성 때문이다. 애초 JU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주씨의 여비서 김모(43)씨 명의로 만들어진 4개의 계좌를 찾아냈지만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데는 실패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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