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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1> 일본, 경제동물 이미지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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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1> 일본, 경제동물 이미지 벗어났다

입력
2007.06.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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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리모데링 중

‘아름다운 나라, 일본’. 지금 일본에서 가장 회자되고 있는 말 중 하나이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관방장관이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정책 목표로 제시한 이후 국가적인 유행어가 됐다.

전후 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가진 의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내가 지향하는 국가의 모습은 활력과 기회, 친절함이 넘치고 자율을 소중히 하며 세계에 열린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라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라는 ▦문화ㆍ전통ㆍ자연ㆍ역사를 소중히 하는 나라 ▦자유로운 사회를 토대로 규율을 존중하는 늠름한 나라 ▦미래를 향한 성장 에너지를 가진 나라 ▦세계로부터 신뢰와 존경, 사랑을 받는 리더십 있는 나라이다.

애매해 보이는 아베 총리의 ‘아름다운 나라론’을 쉽게 풀면 근사한 나라, 좋은 나라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비판과 조롱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아베 총리의 주장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남편이 아내를, 어린이가 어린이를 살해하는 등 최근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엽기적인 사건들 속에서 일본인들은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입장의 대학 교수가 쓴 ‘국가의 품격’이라는 책이 지난해 220만부가 넘게 팔리는 등 대히트를 친 것은 상징적이다. 전후 60년이라는 시점에서 과거 일본의 정서와 품격을 되돌리자는 과거회귀적인 주장에 이처럼 열광할 정도로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가 국가 주도로 이루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본 내각부가 4월 결성한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기획회의에서 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화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는 “아베 총리의 구호 제창에 말들이 많지만 지금 이 시기에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획회의에는 야마우치 마사유키(山內昌之) 도쿄대 교수와 조명디자이너인 이시이 모토코(石井幹子), 쇼야마 에쓰히코(壓山悅彦) 히타치제작소 회장 등 각계 전문가 12명과 총리 보좌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획회의는 일본의 아름다움에 대한 모든 세대의 자각을 촉구하고, 친근하게 공감할 수 있는 관점에서의 작업을 추진하며, 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 특유의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일본 문화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일본의 강점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일본의 매력을 전파하는데 공헌한 외국인에 대해 총리 표창을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일본문화산업전략을 마련한 것은 좋은 예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도 지난달 해외 만화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만화상을 창립해 만화계의 노벨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뜨거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세대의 정치 지도자가 주도하는 국격 높이기가 과거에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가치관을 창조하는 작업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일본인이 말하는 '일본다운 것'

일본인들은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절 등 ‘일본인다운’ 기질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국격 높이기 작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각부에 설치한 ‘아름다운 일본 만들기’ 프로젝트 기획회의는 4월20일~6월22일 국민 대상으로 의견을 공모하고 있다.

일본이 이미 잃어버린 것들을 포함,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일본다운 것’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중간 분석(5월25일 현재)에서 응답자 1,821명 중 41%는 ‘일본인의 기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 기질로는 배려와 예절, 조화, 평화, 무사도정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겸허, 근면, 청결, 검소함 등이 열거됐다.

두번째는 만화ㆍ애니매이션, 종이접기, 일본술, 목욕문화, 지역축제 등의 전통ㆍ문화ㆍ예술(20%)이 꼽혔다. 또 아름다운 산하와 삼림, 사계절,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원시림, 벚꽃, 맛있는 공기 등 일본의 자연(15%)과 성묘, 추석, 설날, 효도, 기와 등 일본의 생활양식ㆍ경관(14%)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아침ㆍ점심ㆍ저녁 인사 등 일본말(7%)과 장인기술, 신칸센, 로봇, 환경기술 등 첨단기술(3%)도 아름다운 일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꼽혔다.

이번 응모에서는 일본다운 것에 대한 질문 이외에도 그것을 선택한 이유와 그것이 생활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등을 물었다. 기획회의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일본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진 공모도 실시할 예정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아름다운… 회의' 좌장 히라야마 이쿠오 인터뷰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기획회의에서 좌장을 맡고 있는 현대 일본화단의 최고봉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ㆍ77)는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오늘날의 일본을 개탄하며 “지금쯤 일본이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_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정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금 일본은 나쁜 현상이 범람하고 있다. 부모가 아이를, 아이가 부모를 살해하는 등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 거의 없었던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학교의 교육과 가정의 지도가 무너진 탓이다. 아름다운 나라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나라, 자랑할만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_지난달 출범한 기획회의는 그 같은 국가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모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아름다운 나라는 말, 음식, 전통문화, 자연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것들을 포함한다. 최근 이에 대해 일반 시민의 생각을 공모했는데 지금까지 2,000여건이 응모됐다. 모두가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진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의 생각을 30자 정도로 쓰게 했고, 이를 항목별로 분류해 보았는데 내용의 진지성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일본이 국제적으로 공헌해야 하고, 주변국에 불안을 주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앞으로는 산과 강, 바다 등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공모할 생각이다. 어린이도 카메라만 있으면 응모할 수 있다.

_국가나 국민의 품격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약한 자를 돕고,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다.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멋진 자동차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면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그 자동차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흉기가 된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윤리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편리해지더라도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자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구호 제창에 여러가지 말들이 많지만 지금 이시기에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_앞으로의 계획은?

“기획회의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들어보고 분류해서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면 무엇을 실행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 간단한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회의는 올 해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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