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7일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의 행복지수와 경제성을 한꺼번에 높여줄 다목적 프로젝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는 더 맑은 물을 공급해 주며, 상수원 보호 규제를 풀어 상수원 인근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새로운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대운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비판하려 하지 말고 미래의 가치를 보고 현재를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가 ‘747(7% 경제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대 강국)’ 비전을 실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맑은 운하’ 강조
이 전 시장은 휴일인 이날 오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1시간 30분 가량 대운하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1차 정책토론회 이후 “국민에게 대운하를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갖겠다”고 한 공언을 실천한 것이다. 설명회에는 서울대 유우익 교수 등 이 전 시장측 정책자문 교수 7명이 배석했다.
설명회는 ‘맑은 물 공급 대책’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당 정책토론회 이후 식수 오염 등이 운하의 폐해로 거론되자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듯하다.
이 전 시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대운하 사업은 더러워진 물, 멀어진 강, 방치된 자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대역사”라며 대운하 사업의 다섯 가지 목적 중 첫번째로 ‘물을 살리기 위한 생명 프로젝트’를 꼽았다. 운하를 건설하면서 강 바닥을 파내고 보(洑)를 설치하면 맑고 풍부한 물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새로운 식수 대책도 내놓았다. 상수원에서 물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하천 옆의 모래층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걸러진 물(강변 여과수) 또는 강물을 퍼서 침전지로 보낸 뒤 지층을 통해 걸러진 물(인공함양수)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전 시장은 “우리나라 강의 수량이 일정치 못해 그동안 이 같은 선진국형 취수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운하를 건설할 경우 수량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상수원 보호 지역에 대한 규제가 풀릴 수 있으며 한강 유역 상수원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전 시장은 운하를 건설하면 물이 더러워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태화강이나 형산강은 강을 파내고 나서 오히려 물이 더 깨끗해졌다”면서 “21세기 공법으로는 오염 없이 운하 건설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수질을 나쁘게 하면서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범여권ㆍ박근혜에 공세
이 전 시장이 대운하 카드를 다시 꺼낸 데에는 검증 공세 등으로 코너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 공약을 비판해 온 범여권과 박근혜 전 대표측을 겨냥,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이 대운하를 걱정하게 됐다”고 공격적 자세를 취했다.
그는 “청계천 복원 당시에도 일부 사람들은 차가 빨리 다니던 과거를 생각해 반대했었다”며 “과거 기준을 놓고 부정적 생각을 가진다면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전 시장은 대구, 부산 등 대운하가 흘러갈 곳들을 차례로 들러 대운하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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