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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좋은 것만 보여 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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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좋은 것만 보여 줄 올림픽?

입력
2007.06.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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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이 재개발, 노점상 단속 등으로 어수선하다. 이달 초 네이멍구(內蒙古)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 당국의 주택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 5,000여명이 경찰과 무력 충돌했다. 충칭(重慶)시 단속원들이 노점상 부부를 구타한 사건을 기화로 1만여 명의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는 액세서리를 파는 여학생이 단속원들에게 집단 구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베이징에서는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높이려는 에티켓 운동이 한창이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상계동 재개발 사업 등을 벌였던 한국의 풍경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과거 한국과는 뭔가 다른 것이 감지된다.

● 내년 준비로 소란스러운 중국

한 지인은 "요즘 탈북자들이 중국 주재 공관에 들어갔다는 뉴스 들어 봤어"라고 물었다. 아닌가 아니라 탈북자들의 주중 공관 진입이 최근 뚝 끊기면서 한국영사관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크게 줄었다.

1년여 전 베이징 한국 총영사관에는 100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숙박하면서 한국행을 기다렸지만 최근 이들의 숫자는 보잘 것이 없다. 북중 국경에서부터 탈북자에 대한 강한 압박이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 전반이 이런 분위기이다. 공직부패 척결 강화정책에 따라 공무원들은 몸조심하고 있다. 이는 올 가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탓도 클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개방을 확대하고 새 면모를 띨 것이라는 그간이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징후는 쉽게 포착된다.

대표적으로 바티칸과의 수교 협상을 들 수 있다. 1년 전 만 해도 중국이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바티칸과 수교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일방적인 사제 임명 등으로 수교협상은 오히려 후퇴했다. 가톨릭이 중국 정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수교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강해진 듯하다.

얼마 전에는 톈안먼(天安門) 사태 희생자들의 어머니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광고가 한 지방지에 실리자 해당 신문 부총편집장이 경질됐다. 당 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수면 밑 권력 투쟁은 예전보다 훨씬 더 은밀하게 진행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정치체제 변화를 허용치 않으려는 중국의 자세는 요지부동이다.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세계로 웅비하는 경제력을 보여주고, 중화민족의 긍지를 높이겠다는 의지는 무척 강렬하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잔치로 올림픽을 상정하는 듯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는 올림픽을 마친 뒤 사회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는다.

● 소중한 가치는 아직도 창고에

1860년 영국, 프랑스 연합군이 17세기 수준의 구식 무기로 무장한 청군을 파죽지세로 무찌르고 원명원(圓明園)을 폐허로 만들었다. 당시 연합군은 원명원 창고에 쌓여 있던 최신식 서양 무기들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서방이 청 황제에게 선물한 무기와 과학 발명품들을 쌓아두기만 했지, 무기 및 과학 발전에 전혀 활용하지 않은 데 경악한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아는 사회주의 중국은 서양과학 등을 능동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중국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나 태도 등을 여전히 창고 속에 쌓아만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떨칠 수 없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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