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어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노동 환경 의약품 등 7개 분야에 대한 추가협상을 제의해왔다. 한국 내 반발여론을 의식해 재협상이란 용어 대신 추가협상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어떻게 부르든 이미 끝난 협상을 다시 한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미국의 요구가 협상의 원칙과 관례를 무시한 횡포이며, 이번 협정을 통해 어렵게 조성된 양국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추가협상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추가협상이라는 말장난으로 슬며시 협상에 응하려는 우리 정부 자세도 '눈감고 아옹'하는 격이다.
국내에서 우려했던 자동차나 농산물 분야가 추가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추가 요구들은 하나 하나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 분쟁 해소 방식을 협정이 규정한 양국간 자체 해결 대신 국제기구를 통한 일반절차를 적용하자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미국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노동, 환경 규정을 위반하면 무역보복의 대상이 되거나 상대국에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인정되는 분야는 분쟁 해결 대상에서 제외하고, 해상운송 서비스 및 미국 선박 운영도 예외 적용대상으로 하자는 요구는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현재로서는 점치기도 힘들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응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추가협상이 미 의회 비준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미국측 논리일 뿐이다. 반대로 국내 비준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해 다시 협상을 한다면 그 자체로 양국간 '이익의 균형'은 깨지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도 미국에 요구를 해야 마땅하며, 양보하는 만큼 우리도 양보를 받아내야 마땅하다. 어떤 경우에도 이익의 균형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마지노선이 돼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