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 초청은 영변 핵 시설 폐쇄를 포함한 2ㆍ13합의 이행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비핵화의 진전과 한반도 주변 정세의 안정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북측이 IAEA 대표단 초청의 전제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 송금이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한ㆍ중ㆍ일 순방과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BDA문제의 장기 교착과 초법적인 해법으로 입지가 불안해진 ‘힐 차관보 구하기’에 나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북측이 막무가내 식 원칙주의에서 벗어나 주변 상황에 대한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여서 향후 북핵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AEA 실무대표단은 이번 주 중 입북, 북측의 원자력 총국과 핵 시설 폐쇄ㆍ봉인의 범위와 감시ㆍ검증 절차를 협의하게 된다. 논란이 될 부분은 범위설정 문제. 2ㆍ13 합의문에는 폐쇄ㆍ봉인 대상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로만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일단 폐쇄 대상의 기준은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합의 대상인 영변 5MW원자로, 재처리공장, 핵 연료봉 제조공장, 건설중인 50ㆍ200MW 원자로이지만 양측의 밀고 당기기에 따라 범위가 확대 또는 축소될 수 있다.
영변 핵 시설에는 원자로를 포함, 16개 이상의 관련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폐쇄가 중요한 만큼 북한과 IAEA가 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것 같지는 않다.
북측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미 당국은 2ㆍ13합의의 핵심인 핵 시설 불능화를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부의 입김이 강한 북측이 이른바 ‘국가의 최고 이익’이라 부르는 핵 문제에 대해 시간적, 내용적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제적 혜택과 안보 보장이라는 산술적 득실만으로 타협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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