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방안을 거론한 데 대해 “범여권의 여러 정파가 후보를 따로 선출한 뒤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현실적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필패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우리당을 탈당한 김 전 의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이 단일 대오로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를 성사시켜 늦어도 10월20일 전후까지는 단일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에겐 참을 인(忍)자 세 개가 필요하다”면서 대선 개입 발언 중단을 촉구했다.
_불출마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작은 결단에 대해 격려해주는 것 보며 송구하고 부끄럽다. 열린우리당이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가장 중요한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민심을 되돌리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_불출마 선언 뒤 범여권 대선주자들과 정당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는데.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후보자 연석회의를 성사시키자는 것이다. 국민경선을 합의해내고 통합신당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정당 지도자에겐 대통합 결단을 촉구했다. 호소하고 협박도 하고 있다.”
_19일엔 정동영 전 의장과 만나기로 했고, 조만간 이해찬 전 총리와의 회동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정 전 의장에겐 부담을 떠넘기고 나만 빠져나온 것 같아 미안하다. 내가 못한 것까지 더 큰 역할을 부탁하고 싶다. 이 전 총리는 능력과 경륜 면에서 훌륭한 정치인이고 민주화 동지이다. 친노 사수파로 불리지만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결단할 수 있는 분이다.”
_마음에 두고 있는 대선후보가 있나.
“정책ㆍ 노선 상으로 가까운 분도 있지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_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개입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통령 스스로 대선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직접 나서서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면 한나라당 후보들을 키워주게 된다. 고은 시인의 말씀처럼 귀을 열고 듣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
_참여정부평가포럼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고 생각해 화가 나 있겠지만 이들의 활동 모습 역시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_노 대통령이 최근 김 전 의장의 불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뚝심이 없다고 비판했는데.
“김근태를 정확히 지칭하진 않은 것 같은데…. 나름대로 소신과 뚝심을 갖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돌아선 민심에 뭔가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_노 대통령이 손학규 전 경기자시에 대해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범여권 후보가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반(反)한나라당 후보 중 한 사람, 민주진영 후보 중 한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_앞으로 범여권의 대통합 경로를 어떻게 상정하고 있나.
“예비후보자 연석회의를 통해 7월 말까지 통합신당을 선관위에 등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8월에 선관위에 경선을 위탁하면 9월 한달간 실무 준비를 해서 경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 늦어도 10월 20일 전후까지는 범여권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_대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어떤 건가.
“소통합이다. 이를 통해 중통합으로 가고 나중에 대통합과 후보단일화로 가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
“꼭 해야 한다. 장관급회담 라인을 통해 서둘러야 한다. 장소는 개성이나 금강산도 좋다고 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실현하기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
_재야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요즘이 제일 힘든 것 같다.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_불출마 결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반대한 사람은.
“인재근(부인)씨였다. 일주일 전쯤 미리 운을 띄웠는데, 겉보기엔 책임지는 것 같지만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단호하게 비판하더라. ”
_16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나.
“문 사장은 사업 책임 때문에 8월 중순까지는 출마가 어렵다고 했다. 문 사장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우리당까지도 과거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당은 잘못했지만 과거 세력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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