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과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세칭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올해) 정시모집에서 내신 1~4등급을 만점 처리하겠다고 했다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제재로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대학들은 정부가 2004년 10월 수능 성적을 점수 표시 없이 등급화(1~9등급)하고, 내신 비중을 높이는 새 대입안을 발표했을 때 구체적인 이의 제기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 3월 내신 반영비율을 50%까지 높여달라는 정부 권고에 대해서도 별 말이 없었다. 진작에 내년도 대입안을 확정 지었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정시 모집이 5개월밖에 안 남은 시점에 내신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식으로 나온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하다.
우리는 대학의 자율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학은 자율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고, 특히 우리 사회는 대입제도의 작은 변화가 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내신 실질 반영률 떨어뜨리기가 일부 특목고 학생들을 잡기 위한 얄팍한 수라는 것을 어느 수험생이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특목고 출신 우대 방안을 찾으면 될 일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변별력에 목을 매지만 수능 성적과 내신을 단순히 점수화해 학생을 뽑는 선진국 일류 대학은 없다.
정부의 무능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2008학년도부터 대입 제도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고 그렇게 선전을 하더니 막판에 이런 불상사가 생길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정부가 대학을 무조건 강제할 수는 없지만 대학을 설득하는 노력을 등한시해 왔음이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고는 갑자기 전 부처를 동원해 말 안 듣는 대학에는 돈줄을 끊겠다고 나오니 탄압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것 아닌가. 교육부는 하루 빨리 대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 차제에 내년도 전형 방식은 반드시 올해 안에 수정 불가능한 완성안을 발표토록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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