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언론계의 이른바 17일 ‘맞장 토론’에서 핵심 쟁점인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한 열띤 공방은 없었다. 참석자 면면과 토론 방식 등에서 예상된 대로였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언론계와의 토론회를 제의했을 때 생중계되는 토론회가 대개 논리적 추론보다 대중적 정서에 호소하게 되는 특성을 우려했다. 또 ‘기자실 통폐합’ 문제 외의 다른 문제로 논의가 번지고, 그것이 오히려 국민의 현실적 관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최악의 경우 토론회가 특정 언론사의 편집ㆍ보도 성향에 대한 공개 비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 등도 걱정이었다. 기우가 아니었다.
토론자 선정의 한계는 금세 뚜렷해졌다. 다양한 성향의 편집ㆍ보도를 해 온 신문ㆍ방송이 일제히 정부 조치에 반대한 것이 이날 토론회의 출발점이라면 대통령은 마땅히 확고한 반대론자들과 공방을 벌여야 했다. 정부 조치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른 다수 토론자가 대통령 한 사람을 상대로 했으니 각이 설 리 없었다. 오죽하면 대통령 스스로 농담처럼 토론자 선정이 잘못됐다고 했을까.
토론의 핵심 쟁점은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할’ 공간을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과, 그것이 ‘알 권리’ 제약이라는 언론의 인식 충돌이었다. 그런데도 토론자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왜곡된 언론관을 전혀 따지지 못했다. 정보 접근 확대 및 공무원의 취재 대응 개선과 병행하지 못하는 기자실 통폐합은 곤란하다는 정도의 의견 개진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대통령이 “그 문제와 기자실 문제는 별개”라며 “기자실 문제 자체에는 모두 찬성하는 셈”이라고 뭉뚱그리고, 나중에는 “중요한 건 실질적 변화이고, 합의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구체적 통폐합 조치의 보류 가능성까지 내비칠 여유를 보일 수 있었다.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들어 ‘기사의 질’과 사회적 악영향을 거론하는데도 제지하지 못하는 파행적 진행까지 겹쳤다. 파행과 평행으로 치달은 긴 토론이 그나마 파국으로 향하지 않고, 좀 더 심도 있게 토론을 해나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맺은 것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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