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수사 의혹과 관련, 이택순 경찰청장의 전화통화 내역 확보에 나섰다. 검찰이 골프장 3곳 압수수색에 이어 현직 경찰총수의 통화내역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킴에 따라 경찰 조직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 청장을 상대로 한 한화의 청탁 의혹에 대해 취한 두번째 조치로 검찰 수사가 이 청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서범정 형사8부장)은 15일 법원으로부터 이 청장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를 받아 통신회사가 갖고 있는 통화내역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이 허가 받은 통신사실 확인요청 자료에는 이 청장이 전화를 한 날짜와 시간, 상대방 전화번호, 전화를 한 위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청장이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과 몇 차례 통화했는지, 문자메시지를 얼마나 주고 받았는지, 경찰청장 출신이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 등 다른 한화 관계자의 로비를 받았는지 등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김승연 회장 사건과 관련해 한화 인사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고교 동창인 한화증권 유 고문과 한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이 현직 경찰총수에 대해 강제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할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도 주목된다. 당장 경찰에서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연관시켜 “검찰이 기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설령 유 고문과의 통화 사실이 추가 확인돼도 청탁이 있었는지 등 통화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너무 무리하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감찰에서 확인된 비위 사실이 없는 데다 청와대쪽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데 검찰이 현직 총수를 직접 겨냥한 데 대해 불만이 많다”며 “고교 동기인 이 청장과 유 고문 사이에 혼담이 오가고 있어 설사 통화를 했거나 골프를 쳤다 하더라도 자제들의 결혼을 위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청장과 한화 커넥션 의혹을 일부 확인했거나, 이 청장이 정치권이나 정부 내 윗선으로부터 외압성 전화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의뢰한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 부장 등에 대한 수사 외에도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규명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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