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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레임' '우는 銀, 웃는 동메달' 다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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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레임' '우는 銀, 웃는 동메달' 다 이유가 있었네

입력
2007.06.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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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스포츠 대회 시상대에서 은메달리스트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동메달리스트는 환하게 웃는 풍경을 흔히 본다.

실제로 1995년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 지수가 더 높았다.

더 좋은 성적을 낸 은메달리스트들이 덜 행복한 이유는 ‘비교 프레임’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금메달인 반면,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비교 대상은 ‘노메달’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창틀, 안경테를 의미하는 단어 ‘프레임’은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여학생들보다 TV 식품 광고가 많다고 생각하고,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사회를 더 위험한 곳으로 인식한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작용하는 프레임 중 하나는 ‘자기 프레임’이다. 연극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조명이 비친다고 착각하며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쓴다.

또 결과가 나와있는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당연한 일이라며 의미를 축소해버린다. 현재의 관점에서 모든 일을 평가하는 ‘현재 프레임’으로 과거를 그럴싸하게 포장해버리는 것이다.

지난해 CNN의 여론 조사에서 동일 인물인데도 처녀 때 성을 더한 힐러리 로댐 클린턴에 대한 여론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것보다 우호적으로 나타난 것은 사람들이 ‘이름 프레임’을 적용시킨 결과다. 돈에서도 이름은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똑 같은 가치를 지닌 돈에도 푼돈, 공돈 등의 이름을 붙여 쉽게 써버린다.

하버드대 존 구어빌 교수의 연구는 ‘푼돈 프레임’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구호단체 기부 의사를 물으면서 연간 30만원을 제시하자 응답자의 30%가 받아들였지만, 하루에 850원을 제시했을 때는 52%가 받아들였다. 홈쇼핑에서 ‘하루에 얼마면 된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푼돈 프레임을 유도하려는 상술이다.

저자는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세상 전체를 볼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가장 좋은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창을 내야 한다. 프레임으로 인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하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하면서 지혜롭게 살기 위한 여러 프레임들을 제시한다.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등이다.

각종 실험 결과와 다양한 일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풀어 써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책의 장점이다. 어차피 다 아는 뻔한 얘기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그 또한 ‘현재 프레임’이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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