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2개로 쪼개지고 있다. 양대 세력 가운데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파타당은 서안지구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팔레스타인의 염원인 독립국가 건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하마스는 15일 파타당 보안군의 항복을 받아내 교전 7일만에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슬람주의 미니국가가 출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자지구는 길이 40㎞, 너비 6~12㎞의 좁은 땅에 140만명이 거주한다. 파타당의 세력근거지인 서안지구에선 하마스 세력 체포가 시작됐다.
파타당 지도자인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위기돌파를 위해 이날 정부를 해산하고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이로써 하마스와 파타당이 3월 구성한 공동내각은 붕괴되고, 하마스를 대표해온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경질됐다.
그러나 압바스의 정부해산 조치는 내부 분열과 자치정부의 권력공백을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압바스의 결정이 너무 늦었으며, 정부해산에 따른 조기총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압바스의 발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성급한 조치"라며 불복종을 선언했다. 의회를 장악한 하마스로선 조기총선을 수용할 이유가 없는 상태다. 네자르 라이얀 하마스 지도자는 "파타당과는 칼과 총이 있을 뿐 대화는 없다"고 다짐했다.
압바스가 총선을 강행하면 서안지구의 '반쪽총선'이 될 수밖에 없어 팔레스타인의 분열은 굳어진다. 이미 하마스 점령 하의 가자지구는 '하마스탄'으로 불리는 등 이슬람국가 설립이 구체화하고 있다.
하니야 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가자지구만으론 국가를 선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타당과 무력대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 갈등은 작년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의회를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하마스가 출범시킨 단독 내각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꼬여갔다.
하마스의 과거 테러 전력과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정강 등이 문제였다. 재정지원 중단 등 서방의 압박이 계속되자 하마스는 올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파타당과 공동내각 출범에 합의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보안군 통제권 이양 요구에 파타당이 권력상실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이번 내전사태가 초래됐다.
이번 사태로 압바스의 권력기반은 더 위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자지구를 하마스에 내준 것도 그가 전세가 기운 교전 5일 뒤 보안군에 응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다만, 아직 대중인기도가 높고, 그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집권은 유지될 것인 분석이다. 미국도 압바스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압바스가 하마스 압박을 위해 주변국들을 동원하겠지만, 이들이 가자지구를 돌려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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