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 프랑스의 19세 신예가 ‘꿈의 무대’ 미국 프로농구(NBA)를 노크했다. 당시 그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번개 같은 스피드와 돌파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188㎝의 단신에 3점슛이 안정적이지 못해 성공하기 힘들다.” 그러나 1라운드 최하위 28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전문가의 예상을 뒤집고 그를 지목했고, 결국 탁월한 선택임이 입증됐다.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인 토니 파커(25ㆍ샌안토니오)가 데뷔 6시즌 만에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세 번째 챔피언 반지와 함께 유럽 출신 사상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비미국인 출신의 챔프전 MVP는 팀 덩컨(버진 아일랜드) 하킴 올라주원(나이지리아)에 이어 세 번째다.
샌안토니오는 15일(한국시간) NBA 챔피언결정전 4차전 원정경기에서 클리블랜드의 추격을 83-82로 따돌리고 4전 전승으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샌안토니오는 보스턴(16회), LA 레이커스(14회), 시카고(6회)에 이어 역대 최다 우승 4위를 기록, ‘신흥 명문’으로 도약했다.
파커는 57%의 야투 성공률을 자랑하며 평균 24.5점으로 팀 우승에 앞장섰다. 다음달 파커와의 결혼을 앞둔 ‘위기의 주부들’의 스타 에바 롱고리아는 관중석에서 눈물을 훔치며 ‘예비 남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파커는 “마치 꿈만 같다. 그 동안 완벽을 요하는 포포비치 감독을 따라가지 못해 많이 힘들었는데,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오전 아내의 출산으로 밤잠을 설친 르브론 제임스(24점 10어시스트)가 뒤늦게 발동 걸린 클리블랜드는 4쿼터 시작과 함께 내리 11점을 퍼부어 63-60로 역전했지만 골밑의 덩컨(12점 15리바운드)과 마누 지노빌리(27점)의 외곽포를 막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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