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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마케팅 봇물 '과유불급'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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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마케팅 봇물 '과유불급' 걱정되네

입력
2007.06.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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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54) 충북지사는 지난달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63) 사무총장을 만나 “청주국제공항 이름을 반기문 공항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드골공항, 케네디공항 등 유명인 이름을 딴 공항의 예를 들며 반 총장의 의중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현직이어서 조심스럽다”며 완곡히 고사했다. 같은 날 김호복(59) 충주시장도 반 총장을 찾아 대규모 ‘유엔 평화공원’ 조성을 추진 중임을 설명한 뒤 “세계적 명소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반 총장의 고향 충북에서 ‘반기문’을 지역 홍보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충북도는 음성군 맹동면과 진천군 덕산면 일대에 2012년까지 들어설 혁신도시 명칭을 ‘반기문시’로 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반 총장 이름을 딸 경우 국내ㆍ외 홍보 효과가 크고 다른 지역 혁신도시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는 정우택 지사가 “충북 출신인 반 총장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라”고 지시한 뒤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반 총장이 태어난 음성에서는 동요 모임인 ‘음성동요학교’가 반 총장의 어린 시절을 그린 동요를 만들어 3월부터 전국의 학교 등에 보급하고 있다. 7월 초에는 무게 30톤이 넘는 반 총장 조각상 2점이 음성군 생극면 ‘음성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에 세워진다.

음성군은 반 총장 고향마을인 원남면 상당리 일원도 명소화할 방침이다. 생가를 복원하고 유엔기념관, 유엔체험영어마을을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반 총장 선출 1주년을 맞는 10월 14일에는 ‘제1회 반기문 전국마라톤 대회’를 연다.

충주시는 반 총장 모교인 충주고 주변 도로를 ‘반기문로’로 이름 짓는 안을 추진하는 한편, 2011년까지 790억원을 들여 ‘유엔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안을 확정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제 2의 반기문’을 육성하기 위해 9월께 ‘반기문 영어대회’를 열기로 했다. 반 총장이 충주고 재학시절 전국 학생 영어웅변대회에서 1위에 오른 덕분에 미국 백악관을 방문,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뒤 외교관의 꿈을 키운 것에 착안했다. 도교육청은 이 대회 입상자에게 ‘유엔 사무총장상’을 수여하고 유엔본부 견학 기회도 줄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경쟁적인 ‘반기문 활용 마케팅’이 오히려 반 총장의 권위와 위상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을 도시나 도로 이름 짓기에 끌어들이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주경실련 이두영 사무국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자긍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를 너무 경쟁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오히려 반 총장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며 “세계적 인물의 위상에 걸맞은 사업을 공동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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