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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화시대-21세기 그 변경을 가다] <6> 중국의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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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화시대-21세기 그 변경을 가다] <6> 중국의 소프트파워

입력
2007.06.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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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모든 강대국은 힘을 키운 뒤 주변국과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을 얻는데 정력을 쏟았다. 21세기 들어 강대국의 면모를 갖춘 중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실은 거대 컨테이너들이 세계를 누비는 와중에 이에 딸려 있는 중국의 연성권력,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도 눈에 띄게 팽창중이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 확장은 외교, 문화, 언어, 군사 등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지만,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 남로에 자리잡은 중국 국가한어국제추광영도소조판공실(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辦公室ㆍ이하 한반)은 소프트파워를 상징적인 장소이다.

한반은 전세계 54개국에 실핏줄처럼 퍼진 156곳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관할하는 사령탑이다. 장앤동(姜言東) 한반 공작처 직원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신청한 200여 곳의 공자학원 신청서를 검토하느라 직원들이 눈코 뜰새 없다”고 말했다. 한반을 방문한 각국 인사와 취재진이 4,000여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공자학원은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 곳곳에 미쳐 중국 문화와 중국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중국어를 통해 중국적 세계관을 전파하는 공자학원은 이제 중국 경제력을 보강해주고, 중국 문화를 알려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주는 중국의 문화권력이 됐다.

쉬린(許琳) 한반 주임이 “공자학원은 이미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구현해주는 최대의 브랜드가 되었고, 중국이 세계로 나가는 기호가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소프트 파워 중 가장 점잖고 문화적인 것이 공자 학원이라면, 가장 노골적인 소프트 파워의 척도는 외교이다. 주변국가가 제국의 헤게모니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관철된 21세기 초 중국은 전통적으로 앙숙이었던 러시아는 물론 영토 분쟁을 벌여왔던 인도, 베트남, 동남아 국가들과 최고의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자원을 조달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수십억 달러의 원조외교를 펼쳐 지난해에는 한꺼번에 50여개국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할 정도로 아프리카의 민심을 사고 이다.

좌파정권이 득세하는 남미에서는 반미전선으로 인해 중국의 주가가 올라갔다.

심지어 호주에서 조차 대 미국 이미지와 대 중국 이미지가 엇비슷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10년 전 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캠페인이 세계에 먹히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1조 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대외 원조를 퍼붓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중국이 아프리카에만 80억달러 이상의 원조를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가에 대한 중국의 원조규모는 미국을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특히 중국은 아프리카 원조를 하면서 말라리아 전문 병원 30여곳을 한꺼번에 건설해주는 식으로 해당국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은 과거 서구 제국주의와는 다르다”고 인식한다. 해당국의 민주주의 등 내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는 중국 특유의 원조 방식 때문이다.

한국일보 취재팀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베트남, 러시아, 대만 등지의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의 국력이 이제 물리적 국경을 넘어 아시아 각지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중화 소프트파워는 전세계의 모든 국경을 초월해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런 자산이야 말로 21세기 중국의 최대 자산이 될 것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2005년 대외원조 150억弗/ 美 제치고 '큰손 톱' 초읽기

중국의 대외 원조 전체 규모는 발표된 적이 없다. 대외원조에 국가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다, 중국 자신이 미국 일본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수혜 대상이라는 상황 논리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조대국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2005년 기준으로 중국 수출입은행의 중장기 지원규모가 150억달러를 상회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0년이 되면 중국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의 공적 수출신용 지원 규모가 7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최대 수출신용 지원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큰 손’ 중국의 위용은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53개국중 48개 정상들이 참석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중국은 당시 2009년까지 아프리카 원조 2배 확대, 향후 3년간 30억달러 유상원조와 20억달러의 수출신용원조, 아프리카 투자촉진을 위한 발전기금 50억 달러 출연을 약속했다.

1994년 이래 125억 달러 이상의 차관을 아프리카에 제공한 중국이 이런 발표를 내놓자 대외원조의 절반이상을 아프리카에 투입하는 프랑스의 입지가 흔들릴 정도였다. 올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가 5,5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대외 원조는 수혜국의 인심을 사는 것은 물론, 향후 상품 수출과 프랜트수출의 거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아낌없는 원조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국의 항만, 철도 등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에서 이자율 0%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원조성 사업을 수주하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 등은 이제 중국이 미국과 원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큰손으로 나서면서 돈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대외 원조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외교노선인 조화세계(和諧世界)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논리를 밝히고 있지만 대외원조야말로 소프트 파워와 경제진출을 보장하는 미래 투자임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다.

■ 홍순효 서울공자아카데미 원장/"中 정부 나서 각국 대학에 설립 권장"

"독일어를 가르치는 '괴테 인스티튜트'가 해외에 80개를 설립되는데 반세기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중국어를 가르치는 공자학원는 불과 2년 반 만에 아프리카를 포함, 50여개국에 150여개가 세워졌습니다."

서울공자아카데미 홍순효(66ㆍ사진ㆍ충남대 명예교수) 원장의 말처럼 공자학원의 확산 속도는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보다 더 무섭고 빠르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외에 최초로 설립한 공자학원이 바로 2004년 11월 개원한 서울공자아카데미이다. 이후 호남대 충북대 계명대 동아대 등 전국 곳곳에 모두 11개의 공자학원이 문을 열어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자학원이 세워졌다.

또한 제주대에 곧 공자학원이 설립될 예정이고 순천향대 등 여러 대학들도 공자학원 유치를 추진 중이다. 확산 속도가 이처럼 빠른 것은 "중국 정부가 대학들을 동원, 해외 자매대학에 공자학원 설립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홍 원장은 설명했다.

공자학원은 핵심사업인 중국어교사양성을 비롯해 중국 유학준비반, 중국문화강좌, 중국어경시대회 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친중파(親中派)를 양성하고 있다. 수강료도 일반 중국어학원보다 훨씬 저렴하며 각종 장학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 차오궈청 한반 부주임/ "중국과 세계 이해의 폭 넓히기 중점"

공자학원을 관장하는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한어국제추광영도소조’(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의 차오궈청(趙國成ㆍ사진) 부주임은 공자학원이 중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증진시켰다는 평가를 거론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공자학원이 소프트 파워를 키웠다는 평가는 이론적인 영역이고 공자학원의 실무자로서 중국과 세계간 이해를 폭을 넓혔다는 평가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괴테하우스 등은 해당 국가가 해당지역을 선정하고 등 전적으로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지만 공자학원은 해당 국가나 대학 민간단체와 협력해 장소를 선정하고 경비도 함께 분담하는 등 유연한 확대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자학원의 성공 비결에 대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어 강사가 부족한 외국 대학이 공자학원 설립을 신청을 요청하면 프로그램과 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학원을 확장해왔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을 수 있었다는 것.

또 모든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공자학원의 성공을 낳았다고 강조했다.

공자학원이 설립될 때마다 현지 대사와 대사 부인들이 강사로 나서고, 중국 국내에서는 국무원, 외교부 문화부 등이 행정적으로 전폭 지원해주는 총력전이 공자학원을 히트상품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베이징=이영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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