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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진 북한 제1부상 출신 카자흐스탄 평론가 초청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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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진 북한 제1부상 출신 카자흐스탄 평론가 초청 강연

입력
2007.06.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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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9월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끌려가는 가축 수송용 기차에서 나를 포함한 고려인 대학생 20명이 김동환 시인의 <손톱으로 새긴 노래> 를 합창하듯 읊으며 설움을 달랬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원로 평론가이자 1940, 50년대 북한 문화계 고위 공무원이었던 정상진(79ㆍ사진)씨가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 기념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현대문학회와 국제한인문학회가 15일 홍익대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고려인 강제 이주 문제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뤄온 카자흐스탄 송 라브렌티(66) 감독도 초청돼 강연했다.

강제이주정책 시행 당시 조선사범대학 2학년이었던 정씨는 이날 강연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70년 전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정씨는 “레닌이 중시했던 민족화합 정책은 스탈린이 정권을 잡으면서 짓밟혀졌다”며 “거처도 없이 한겨울에 내동댕이쳐진 탓에 카자흐스탄 이주민 20만 명은 동굴을 파고 추위를 견뎠지만 결국 1, 2년 만에 2만 명이 죽었다”며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혹시 집단적 저항이 있을까 봐 소련 정부는 지식인, 군인 등 2,800명을 요주의 인물로 처형했는데, 그 중에 빵 만드는 기술자였던 아버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문화선전성 제1부상까지 역임한 뒤 소련파 숙청 때 카자흐스탄으로 망명했던 정씨는 “<임꺽정> 을 쓴 소설가 홍명희 선생이 공산당원이 아닌데도 부수상에 임명되자 최승희(무용가), 김순남(작곡가), 문예봉(배우), 임화(시인) 등 유력 예술가들이 대거 월북했다”며 당시 북한 문화계 인사들을 추억했다.

특히 홍명희에 대해 “노동당의 위세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실권 없는 부수상이었다”며 “함께 금강산으로 휴양 갔을 때 구수한 입담과 따뜻한 인품에 반한 동네 사람들이 매일 모여 들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한글 신문인 <고려신문> 에서 오랫동안 문학 기자로 일했던 정씨는 “구소련 공화국을 통틀어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는 고려인이 다섯 밖에 안 남았다”며 신문의 장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송 감독은 물론, 소설가 김 아나톨리처럼 고려인 문제를 훌륭히 다루는 동포 예술인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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