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가 15일 학장 초빙 공고를 냈다. 학장 자리를 외부 인사에게도 개방한 것은 국내 대학 중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공대측은 세계 초일류 대학이 되려면 강력한 리더십과 경쟁력을 갖춘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대 안팎에선 기대보다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무엇보다 공대의 학장 선출 방식이 서울대 본부의 인사 규정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공대는 학장선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총장이 이 중 1명을 학장으로 지명하고, 이어 공대 전체 교수가 지명자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만약 교수 투표에서 신임을 받지 못하면 선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현행 규정상 서울대 부교수, 정교수만 학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대측은 "외부 인사가 학장으로 뽑힐 경우 정교수로 임용하면 된다"지만, 이 또한 규정 위반이다. 공대 계획대로라면 선출위원회는 서울대 교수가 아닌 자를 후보로 추천하고 총장 역시 교수 아닌 자를 학장으로 지명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총장이 결정한 인물에 대해 교수들이 신임투표를 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교무처 관계자는 "만약 신임투표 결과가 불신임으로 나온다면 총장의 학장 임명권이 무시 당하는 꼴"이라며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공대측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공대 출신 총장이 지지하고 있으니 인사 규정이 바뀔 것"이라거나 "신임투표 결과가 불신임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한가한 소리도 나온다.
본부 관계자는 "문제 소지가 많은데도 공대측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제도가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개모집에 나섰다가 망신만 당하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설익은 과일을 먹으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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