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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사 72세 최고령 합격자 최붕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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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사 72세 최고령 합격자 최붕환씨

입력
2007.06.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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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시키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나이가 들었어도 난 평생 농촌이 잘 살기를 바라는 ‘농부의 아들’일 뿐이지. 유기농산물 보급에 앞장선 것도 이 때문이야.”

올해로 만 72세인 최붕환씨는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국가기술자격시험 유기농업기사 시험에 합격했다. 올해 치러진 564종의 국가기술자격시험을 통과한 6만716명 중 최고령 합격자이다. 유기농업기사는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에 기술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최씨는 전북 군산에서 농사 짓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1956년에 전북대 농학과에 들어간 그는 졸업을 한 61년에 농촌진흥원에 입사했다. 식량증산계획에 따라 벼농사 기술지도 책임자를 맡아 쌀 다수확 운동에 앞장 섰다.

“무조건 거름 많이 주고 농약 많이 쓰면 안 된다”는 그의 말에 고집 센 농부들은 “무슨 헛소리냐”며 귀를 닫았다. 술은 전혀 입에도 못 대는 그는 막걸리를 사 나르며 농부들에게 품질 개량과 선진 농법을 전파했다.

그는 “당시엔 쌀 한 톨이라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온 나라가 힘을 모았는데 요즘은 쌀이 넘쳐 나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며느리들을 만나면 “쌀밥이 최고니 아이들에게 절대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 먹이지 말라”고 말하는 게 일이지만 쫓아다니며 가르칠 수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76년에 농촌진흥원을 그만 두고 농약 제조업체에 들어간 그는 지난해부터 농업관련 월간지를 발간하는 농경과원예㈜의 농업경영컨설팅연구소에서 책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유기농업기사 시험에 도전한 것은 농업 개방 시대에는 수입 농산물 홍수 속에 제 값 받고 팔릴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이 높은 친환경 유기농산물만이 우리 농민이 살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 1차 시험에 붙은 그는 8월 2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때부터 “독하게” 공부했다. 경기 안양시 집 인근의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유기농 관련 책을 팠다. 그는 “도서관 창가 자리는 거의 내 지정석이었다”며 “국내에 있는 유기농 책은 모조리 다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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