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리'로 알려진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올해 10세의 소녀인 사자니 샤키야가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영국 다큐멘터리 <살아 있는 여신> 의 홍보차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사자니에 대해 보도하면서 생리 전의 소녀들을 뽑아 여신으로 섬기는 네팔의 쿠마리 전통을 상세히 소개했다. 살아>
네팔에서 고대 힌두 여신인 '칼리'의 환생으로 숭배되는 쿠마리는 지금도 10여명이 남아 숭배를 받고 있다. 힌두 여신의 환생이지만, 불교사원의 원로 스님들이 쿠마리를 선정하는 등 힌두와 불교, 현지 풍습이 어우러진 민간신앙에 가깝다.
쿠마리는 석가모니 부처의 일족인 샤키아 성씨 중 2살 전후의 소녀를 대상으로 선별되며, 3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최종 선발된다. 32가지 조건 중엔 흠 없이 예뻐야 하고,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검고, 이가 가지런해야 하는 등 여신으로서 상징적 순결성을 가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네팔 왕도 축제 같은 때엔 카트만두와 파탄, 그리고 사자니가 살고 있는 바크타푸르 등 3개 지역의 쿠마리로부터 축복을 구할 정도로 숭배 받는다.
다만 과거엔 쿠마리가 될 경우 특정 지역에서 사실상 유폐된 생활을 해야 했다. 게다가 생리를 시작해 신격을 상실하면 가정으로 되돌아가지만 결혼하기도 쉽지 않아 종종 인권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을 방문한 사자니의 경우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와 관련, 사자니는 "여신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 나쁘지 않다"며 "다만 더 어렸을 때 사람들의 아침 기도를 받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목욕을 했던 일은 힘들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방문하고, 동물원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사자니는 이날 워싱턴 내 라파예트 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의 질문에 "숨바꼭질, 컴퓨터게임, 장난감 휴대폰 갖고 놀기 등을 한다"며 "커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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