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매클라클랜 글ㆍ마이크 위머 그림ㆍ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ㆍ32쪽ㆍ9,500원
내 마음이 편안히 쉴 자리 -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세계 어디서나 공통인 것 같다.
<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로 1986년 뉴베리상을 받았던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은 흥겨운 목소리로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려낸다. 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곳> 의 배경은 창문을 열면 골짜기와 바위를 타고 흐르는 냇물과 블루베리가 자라는 언덕이 보이고 풀을 뜯는 소떼가 목마를 탄 아이들을 게으르게 바라보는 풍경이 눈에 꽉 차게 들어오는 시골이다. 세상에서>
한가로운 자연풍광만큼이나 그리움을 북돋우는 것은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 가족에 대한 기억이다.
냇가로 데리고 가 작은 나무껍질 배를 만들어 ‘사랑해’ 라고 쪽지를 띄워 보내던 할머니, 오래된 나무기둥에 가죽안장이 걸려있는 헛간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소가 한가로이 여물 먹는 소리가 이토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 세상에 또 있겠니?” 라고 나즈막하게 물어보시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현실의 삭막함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마음 깊은 곳의 보석이다.
이처럼 아늑한 자연과 사람들의 마음씨 덕택에 주인공 앨리는 등딱지가 닳고 닳은 늙은 거북이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감수성을 갖추게 된 것은 아닐까.
사진을 찍은 것 같은 마이크 위머의 사실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풍경은 지은이가 나고 자라난 미국 와이오밍주 대평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정지용의 친숙한 시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상자곽 같은 아파트에서 지쳐가는 아이들 뿐 아니라 고층빌딩과 자동차 홍수 속에 하루하루 뾰족해져가는 어른들이 봐도 좋을 그림책이다. 원제.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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