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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장한나, 영어에 눈 뜨게 된 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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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장한나, 영어에 눈 뜨게 된 계기가…

입력
2007.06.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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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를 읽으면 너의 마음이 열릴 것이다.”

지난 4월 타계하신 스승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의 부인 갈리나가 해준 말이다. 그때 난 열두살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인가. 세계 동화 전집 등을 읽으며 독서를 너무나도 좋아하게 됐다.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흥미진진한 삶, 그리고 정의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동화 속 세상에 푹 빠졌다.

재미있는 책을 잡으면 밥 먹을 때는 물론, 첼로 연습 시간에도 읽기를 중단하기 힘들어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뉴욕으로 건너갔을 때 열 살이었던 나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11세 때 파리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만난 갈리나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영어판 <백치> 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2세 소녀에게 <백치> 를 권한 갈리나도, 그 말 한마디에 바로 <백치> 를 읽은 나도 참 순수했던 것 같다. 인생을 바꾸는 힘이 책 안에 있다는 믿음을 공유한 게 아닐까 싶다.

서툰 영어로 <백치> 를 읽은 후 과연 내 마음이 열렸는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 때부터 거대하고 복잡한 사연들이 많은 러시아 문학에 반해서 톨스토이,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푸쉬킨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순수문학, 그리고 소설이란 장르에 빠져 영국, 프랑스, 독일 문학으로 폭을 넓혔다. 내용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단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문장의 형태부터 표현력에 이르기까지 영어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고등학교 무렵에는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으며 에세이를 제출할 만큼 영어 실력이 늘었다.

독서를 통해 영어를 쉽고 즐겁게 마스터했을 뿐 아니라 통찰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데도 더 없이 좋은 훈련이 됐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와 표현은 언어 자체의 폭에 비해 너무나도 좁다.

표현력이 좁은 만큼 우리의 생각도 단순해지는 건 아닐까. 책을 통해 언어의 풍요로움을 접한다면 우리의 시각이 더욱 넓어지고 성장하리라 믿는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지름길을 찾게 되리라 믿는다.

장한나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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