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요 사립대의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성적 상위등급 만점 부여 방안 검토를 계기로 내신의 변별력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립대측은 “현행 내신 제도로는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힘들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내신이 심각한 변별력 결함을 안고 있어 상위 일정 등급의 만점 처리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반박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사립대측을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는 14일 “고교 내신은 각 수험생의 학력 수준을 세분화해 보여줄 정도의 변별력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내놓았다. 지난해 고교 1년생 2만3,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부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어 영어 수리 등 5과목 이상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0.34%(78명)에 불과했다. 4과목 이상 1등급 비율은 1.11%, 3과목 이상 1등급 비율 2.42%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결과만을 놓고 보면 상위권대로 갈수록 내신 변별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요 사립대 주장을 일축하기에 충분한 통계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한술 더 떠 내신활용 방법도 알려줬다. 각 대학이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주고 있기 때문에 내신을 잘 가공할 경우 우수 학생들을 걸러내는 데 최적의 전형 요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립대측은 시뮬레이션 결과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고려대가 3월 실시한 ‘2008학년도 모의 논술고사’가 좋은 사례다. 456명이 응시한 인문계의 경우 상위 25% 내신 등급은 일반고 1.33~1.73 였으나, 외국어고는 3.41, 자립형사립고는 3.02 등급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A대 입학 관계자는 “일반고와 외고의 내신 등급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변별력이 없다는 뜻”이라며 “특히 일반고는 내신 등급 분포가 거의 엇비슷해 핵심 전형 요소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고의 내신 부풀리기가 여전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모의논술 응시생들의 논술, 수능, 내신 등 3가지 전형요소 상관분석 결과는 내신 변별력을 더욱 떨어뜨렸다는 게 사립대측 주장이다. 인문계의 경우 논술과 수능의 상관계수는 0.219나 됐지만, 학생부와 수능 상관계수는 -0.011이었다.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이 수능 성적도 좋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뜻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학생부 성적이 1~9등급으로만 표시됨으로써 주요 대학들은 변별력 상실을 이유로 내신 비중을 가급적 줄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3월 입시안을 발표한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가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뽑는 비율을 전체 정원의 50%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내신은 대학에서 활용하기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관건은 성적 부풀리기 해소와 지역ㆍ학교간 학력차이 반영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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