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GM대우는 한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파란 눈의 최고경영자가 한국 근로자와 폭탄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해고당한 1,500명을 복직시켰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박수를 쳤다. GM대우도 이에 화답, “우리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GM대우의 최근 행보는 필요에 따라 정체를 바꾸는 박쥐를 연상케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의 유럽사무소 설치 문제다. GM대우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모임인 KAMA가 추진하는 유럽사무소 설치에 반대표를 던졌다. KAMA 의결은 회원사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국내 업체들의 숙원 사업이던 유럽사무소 설치가 GM대우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그 동안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은 연간 68만대를 수출하면서도 유럽 사무소가 없어 배기가스 규제 정보 등을 제때 입수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었다. 국내 업체는 현지 업체의 견제 때문에 이산화탄소 규제 등에 대한 자료를 수천만원을 들여 별도로 구입하고 있다.
GM대우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위해 KAMA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자신들은 유럽 지역 정보를 모기업인 GM으로부터 얻고 있기 때문에 사무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무한경쟁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최소한의 상도의는 존중돼야 한다. 국내에서 차를 팔 때는 ‘토종 브랜드’라며 실익을 챙기면서, 해외에서는 국내업체의 발목을 잡는 이중 행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GM대우는 까르푸 월마트 등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철수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유인호 산업부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