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 공방의 전선이 ‘이명박 대 박근혜’에서 ‘이명박 대 청와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이 여권의 검증공세에 대해 ‘청와대 음모론’을 제기하자 청와대측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청와대가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청와대에 대한 감정은 상당히 격해보인다. 직접 청와대 공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그는 14일 오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직원조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칼 빼든 음해세력이 있다” 고 날을 세웠다.
오후에도 “청와대가 의심 받을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6월 국회가 시작되자 마자 시작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일련의 ‘폭로 시리즈’ 는 청와대의 지휘아래 조직적으로 계획된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이 전 시장측은 이에 따라 검증 공방의 성격을 “이명박 대 집권세력의 싸움”(장광근 대변인)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 의도와 관련, 이재오 최고위원은 “8월에 한나라당 후보가 단일화되면 (여권은) 어떤 후보를 내세워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앞당겨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며 “먼저 국민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부터 공략해 당을 분열시키고 한나라당 후보 자체를 무력화 시키자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공 배경에는 물론 “(여권과의) 큰 전선을 치면 (박 전 대표와의) 집안싸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도 담겨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이야기 하는 순간 이 후보야 말로 구시대의 공작정치의 포로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며 이 전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천 대변인은 “사과가 없다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며 “법적 조치는 명예훼손 고소를 의미하며 주체는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정치공세가 행해지는 풍토를 고치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전 시장측이 제기하는 청와대 음모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건 등 구체적 증거는 아직 없다. 이 전 시장측은 친노 직계 대선주자 중 한명인 김혁규 의원이 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이 청와대 연루를 방증한다고 말한다.
캠프 관계자는 “근거를 댈 수는 없지만, 청와대에서 여론 동향을 체크하며 전략을 짜는 팀이 있고 다음주까지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특히 우리당 의원들이 폭로한 자료 중에는 공권력이 개입돼야 입수할 있는 게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노 의원은 “청와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음모설을 부인한 뒤 “당 열린정책연구원에서 여러 팀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대선을 앞두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이 전시장과 박 전 대표에 대한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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