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 동방미디어 스탠더드 재즈의 온기, 그리고 강함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가 1996년 6월 15일 79세로 사망했다. 빌리 홀리데이 이후 최고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재즈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린 그의 음악에 대해서야 여기서 길게 이야기할 건 없겠다. 그의 이름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무라카미 류(55)의 소설집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을 찾아 들게 된다. 사랑에>
40곡의 스탠더드 재즈 넘버를 소재로, 각각 짧은 소설을 만든 소설집이다. 1998년 한국어 번역판(원서는 1991년 출간)이 출간되면서 이 중 18곡을 담은 음반도 함께 나왔다. 그 중 ‘You don’t know what love is’ 등 4곡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로 담겨 있다.
도시의 술집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직종의 인간인 나. 가끔씩 “나라는 캐릭터의 죽음”을 생각하고, 남들은 다 부러워하지만 “거의 모든 순간에 불안을 느끼”는, 평범한 40대 남자인 나는 한 비밀스러운 재즈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일종의 피난처였다. 유행을 따를 필요도 없었고, 여자를 유혹하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타지 않게끔 농밀한 음률이 우리를 감싸주었다. 어쩌면 비행기가 없?B던 시절의 항구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류는 이 재즈바를 찾아나서는 남자와 그가 만나는 인간들을 통해 재즈와 삶, 노스탤지어와 권태와 욕망과 꿈의 이야기를 스탠더드 재즈의 선율처럼 펼쳐놓는다.
국내 번역된 그의 책은 무려 70여종. 그 중에서도 나온 지 10여년이 됐지만 이 책은 언제나 가까이 두고 부담없이 펼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령 이런 구절. “친구와 최후의 쾌락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적인 것을 배제한다는 조건으로.”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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