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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 커피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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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 커피의 반란

입력
2007.06.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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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 사는 브랜다 쉬롭(50)씨는 '스타벅스 마니아'에서 개종한 '피트닉스(Peetniks)'다. 피트닉스란 커피 브랜드의 하나인 피츠(peets) 커피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피츠 커피의 진하고 강렬한 향취에 푹 빠진 그에겐 스타벅스보다 30%가 비싼 가격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그는 집에서도 피츠 커피를 즐기기 위해 피츠 홈페이지(www.peets.com)의 온라인 주문 코너에 주기적으로 들르고 있다.

본고장 미국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도전자는 이름도 생소한 피츠. 프리미엄 커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세(勢)를 확산하면서, 피츠는 거침없던 스타벅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태세다.

2007년 7월 현재 미국내 피츠 커피숍은 모두 150곳. 9,800개의 점포망을 갖고 있는 스타벅스와 견주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하지만 피츠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이미 스타벅스를 앞지르고 있다. 주가는 26달러로 스타벅스와 비슷한 수준이고, 기업성장성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스타벅스를 훌쩍 뛰어 넘었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피츠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피츠가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 피츠는 로스터(Roaster)로 불리는 커피 배합 전문가들이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수작업으로 볶아내는 원두만을 사용한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컴퓨터 제어 장치로 원두를 볶는 것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피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기매출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할인점에도 입점하지 않고, 커피 고유의 향취가 희석될 수 있는 캔커피 제품도 내놓지 않음으로써,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피츠의 이 같은 철저한 전략은 스타벅스가 전략 부재로 우왕좌왕하면서 더욱 빛나고 있다. 피츠 커피의 성공을 도와주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스타벅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넘어 분위기를 판다'는 새로운 마케팅기법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를 휩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월드넘버원 브랜드. 하지만 2000년대초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에 입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겼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언제나 낮은 가격'을 모토로 내건 월마트 매장 안에 들어선 스타벅스 커피숍은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가 더 이상 '분위기를 파는' 프리미엄 커피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스타벅스는 피츠와 달리 일회용 캔커피와 컵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 고유 아이덴터티의 희생을 동반한 이 같은 확장 전략이 문제가 있음은 스타벅스 경영진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겸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의 지나친 매출 확대 전략이 스타벅스의 낭만을 해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벅스가 맥도널드처럼 되고 있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T커니 한국지사 황종덕씨는 "한때 정상이었던 K마트가 프리미엄 전략과 대중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다 월마트에 자리를 내줬다"면서 "스타벅스의 위기와 피츠의 약진은 프리미엄 전략을 고려하지 않는 매출 증대를 시도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피츠 커피는 미국인 알프레드 피트가 1966년 캘리포니아주에 첫번째 가게를 내면서 설립됐다. 그가 만든 커피는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졌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피츠 커피를 맛보고 나서 커피 사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는 소문도 있다.

온라인 주문 판매에 주력하던 피츠 커피는 2001년 미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커피숍 확대에 나섰고, 해마다 20~30%씩 커피숍을 늘려가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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