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이라는 거창한 목표아래 2002년부터 ‘외환 자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해외투자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3월말 국제투자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의 대외투자 총액은 4,757억6,000만 달러인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 총액은 6,849억9,000만 달러에 달해 양자간의 차액을 의미하는 순국제투자액은 2,092억3,000만 달러 유입초과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자유화 정책 추진 직전인 2002년 1분기 860억9,000만 달러보다 유입초과 규모가 2.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외환자유화를 통해 만성적인 외환 초과공급과 이에 따른 원화 절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당초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 결과인 셈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지난해 말에 비해 2억4,000만 달러 감소한 반면, 국내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23억1,000만 달러가 늘어났다.
이는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자본 중 장기자본은 감소하는 대신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의 비중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1분기 중 외국인이 국내 주식투자를 통해 거둬들인 평가이익이 85억 달러에 달했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증가액은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 증가보다 큰 13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를 통해 거둬들인 평가이익은 3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단기외채 도입이 급증해 안정적 외환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1분기 말 현재 향후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외채 규모가 1,552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61억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6%를 기록 지난해말 58.2%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외채 비중이 100%이내이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으나 최근 단기외채 증가속도가 빨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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