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41년 동안 통역업무를 해온 유엔사 군사정전위(군정위)의 ‘산증인’이 최근 은퇴했다.
1966년부터 유엔사 군정위 소속 통역관으로 활동하다 고희를 훌쩍 넘겨 지난달 30일 만 74세의 나이에 은퇴한 홍흥기(사진)씨다.
홍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60년부터 주한 미 8군에서 도서관 관련 업무를 하다 66년 시험을 통해 유엔사 군정위 통역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남북 간 정전협정 위반 등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군정위 회의에 참석해 유엔군 측 대표들의 통역을 맡았다.
그는 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미수사건과 미 군함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76년 8ㆍ18 도끼만행사건 등 일촉즉발의 사건 뒤에 열린 군정위 회의에 참석해 첨예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홍씨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때때로 북측이 위협적인 말을 하거나 남북간 언어 이질화로 말의 뜻이 다를 때 통역이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6ㆍ15 정상회담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관계 변화로 긴장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신의주까지 달리고 나아가 통일이 앞당겨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달 30일 도끼만행사건 당시 희생된 미군들의 추모비와 84년 구 소련 민간인을 쫓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사망한 고 장명기 상병의 추모비를 찾아 참배한 뒤 평생을 함께했던 유엔사를 뒤로했다.
그는 “북한은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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