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고의영)는 14일 술자리에서 신문사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은 최연희(62ㆍ무소속)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기소 내용이 유죄로 인정되나 사안이 가벼워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이다. 재판부는 “증거에 비춰보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되고 정황상 사건 당시 최 의원은 심신상실 상태로도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최 의원 딸이 피해자에게 ‘아버지가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한 뒤 피해자가 최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여 용서 의사를 표시한 만큼 친고죄의 처벌 조건이 약화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 의원이 당초 가해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1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1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으나, 이번 선고유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여기자협회(회장 신연숙)는 이날 성명을 내고“피해자는‘인간을 향한 용서’를 한 것이었지 고소를 취소한 것이 아니다”면서“더구나 친고죄는 고소 취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친고죄를 핑계로 형의 선고를 유예한 이번 판결은 법의 취지를 거스를 뿐더러 피해자의 용서를 사법부가 악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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