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검증이 쥐어뜯기로 흐르고 있다. 큼직한 의혹이 합당한 근거 없이 제기되는가 하면, 그에 대한 해명도 초점이 흐릿하거나 감정적 반발에 그치고 있다. 범여권의 엉뚱한 공세까지 더해져 애초의 검증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정당 내부의 검증은 중요하다. 기량이 뛰어나고 약점이 적은 선수를 골라야, 난타전을 앞두고 혹독한 스파링을 통해 선수의 맷집을 다져놓아야 승산이 크다는 기능적 의미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엄격한 ‘자체 품질관리’를 거친 후보를 국민 앞에 세우는 것은 민주정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문제 제기가 구체적이어야 하고, 해명과 반박도 제기된 의문과 정확하게 맞물려야 한다. 한나라당 검증에서 아직 이런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BBK 관련 의혹’은 ‘카더라 통신’으로 거론됐다가 나중에 언론보도나 열린우리당의 공세로 일부 근거가 갖춰졌을 뿐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수장학회 횡령ㆍ탈세’ 공세도 증빙자료가 함께 제시됐어야 했다.
문제 제기가 정확하지 않으면 사안의 본질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부정적 이미지만 굳어진다. 결과적으로 정치공세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관련성 여부와 무관하게 거액 횡령사건을 일으킨 BBK의 이미지만 이 전 시장을 따라다니고, 횡령ㆍ탈세 여부와 관계없이 권위주의 정권의 전횡의 기억만 박 전 대표에게 덧씌워진다.
부정확한 해명은 그런 효과를 더 키운다. 가령 자본참여 여부를 따지는 데 대해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로 밝혀졌다’고 설명해서는 톱니바퀴가 제대로 물리지 않는다.
당사자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검증의 구체적 내용보다 당사자들의 반응에 대한 기억이 오래 간다. 따라서 공방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이ㆍ박 두 사람이 피해의식을 드러내거나 신경질을 내거나,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은 당연히 안 된다. 국민은 이미 그런 언행에 충분히 질렸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말의 악영향은 커지게 마련이며, 조금이라도 찜찜한 게 있다면 지금이 깨끗이 털고 갈 마지막 기회임을 일깨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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