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사는 A(36)씨는 지난해 우연히 자신과 아내의 진료기록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가본 적도 없는 경기 수원시의 3개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증 도용을 의심한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 사실을 즉각 신고했다.
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A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람은 그의 형과 형수였다. 두 사람은 수원시의 B의원과 C의원에서 진료비 청구 담당 직원으로 각각 근무하며 인근 의원과 약국 9곳의 직원들과 함께 친ㆍ인척 200명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품앗이 하듯 주고 받은 친ㆍ인척의 개인정보를 진료비 허위 청구에 사용했다. 여러 요양기관(병ㆍ의원과 약국)이 공모해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다가 적발 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
요양기관들의 부당한 진료비 타내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진료비 부풀리기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요양기관을 18회 이상 과다 이용한 272만명의 진료 사실 관계를 특별 조사한 결과 612개 기관이 3만323건의 진료비 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보험공단은 612개 기관으로부터 2억5,629만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하고 부당 청구 정도가 심한 43곳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요양기관 종사자 친ㆍ인척 등을 이용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경로당과 복지관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료 진료를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하는 방법이 그 뒤를 이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급여 항목으로 바꿔서 청구하는 ‘고전적인’ 진료내역 조작도 여전했다.
공단 관계자는 “부당 청구를 근절하기 위해 요양기관의 환자 확인 의무화 추진과 함께 외래 과다 이용자를 정례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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