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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5> 전문가 3인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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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5> 전문가 3인 좌담회

입력
2007.06.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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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이미지는 보이지않는 힘이다. 높은 국격(國格), 좋은 국가 이미지는 개인이나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주고 국제관계에서 한국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력에 걸맞은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체계적인 노력이나 뚜렷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저개발국에서 OECD 국가로 성장한 거의 유일한 국가이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저력의 이미지를 우리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 품격없는 행동을 서슴지않는 ‘어글리 코리안’이 여전히 존재하고 국내에 와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착취하거나 멸시하는 편협함도 우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본보는 ‘이미지 업 코리아- 國格을 높이자’ 1부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이영성 편집위원 진행으로 황민하 KORTA 전략마케팅본부장, 성균관대 김정탁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박사와 함께 우리의 이미지에 내재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주)

▦이영성 편집위원= 최근 들어 국가 이미지, 국가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가 이미지가 갖는 의미를 말씀해달라.

▦김정탁 교수= 아내가 미국 병원에서 근무할 때 설탕과 프림이 다 들어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미국 동료들에게 주었더니 스타벅스 커피로 알더라고 하더라. 스타벅스 커피나 다방 커피나 사실 큰 차이가 없다. 이 차이를 극대화하는 것이 광고라고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는 정의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실제 내용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동훈 박사= 삼성 애니콜이나 노키아 휴대폰, LG 사이언 등은 품질 면에서는 아마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은 이미지다. 따라서 어떻게 이미지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있는 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외국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한국에 대해 맨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황민하 본부장= 해외 근무를 8번 했는데, 그 중 덴마크가 인상적이었다. 덴마크 정부가 외국 상무관들을 초청, 국가 이미지를 슬라이드로 홍보한 적이 있다.

슬라이드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덴마크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데 10명 중 한 명만 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다들 덴마크의 위치를 모르지만 최고의 낙농 제품을 만드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게 국가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이미지는 1980년대에는 지금의 중국 같은 이미지, 즉 값싼 물건을 파는 나라였다. 88올림픽에 힘입어 90년대 들어 한국의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의 평면 TV가 각국 공항마다 걸리는 등 좋은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다.

▦이 위원= 문제는 삼성 같은 기업의 브랜드와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가 상호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코트라의 ‘코리아 브랜드 맵’ 조사에서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의 국력에 대한 평가는 높아졌으나 어글리 코리언 때문에 한국민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황 본부장= 중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한국 이미지가 다르다. 한국인이 적은 서부 내륙지역은 한류 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반면 상하이(上海)나 광저우(廣州) 등 한국인이 많은 연안지역에서는 호감도 낮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인과 한국기업이 노동자 착취, 탈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탓이 크다.

현지에 진출한 3만5,000개 우리 기업들이 현지인들을 절대빈곤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했으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현지 노동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초기부터 현지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경영을 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김 교수= ‘어글리 코리안’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부자된 사람들의 공통된 행태이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품격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국민이라는 점을 못 느끼고 스스로를 너무 낮게 보는데 문제가 있다.

▦이 박사= 경제적으로 한국은 세계 11위 국가가 맞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왜 스스로를 20위, 30위 권으로 느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국제평가기관은 국가경쟁력이나 문화개방성 등에서 한국을 20~30위로 보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을 10위 권 국가에 걸맞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본이나 이탈리아와 동격으로 쳐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11위 경제력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고 舛㈍?한다. 어디에서나 나, 우리, 국민이 코리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국가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이 위원= 원로 학자인 정범모 교수는 국가 이미지나 국격을 높이려면 민주주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등 나라 전체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본질적 부분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단 기능적 측면에서 국가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는가.

▦김 교수= 후진국들은 정치적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코리아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진국 국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따라서 선진국을 상대로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더 비중을 둬야 한다. 88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등은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서구 사람들 대부분은 아직도 코리아 하면 분단국가나 한국전쟁을 연상한다. 80년대 초 미국에서 ‘쇼군’이라는 일본 영화가 상영됐다.

미국에서 ‘전자제품은 일제가 낫다’는 인식이 생기고, 일제 자동차가 시장점유율 5%를 넘길 때였다. ‘쇼군’은 미국에서 ‘일본은 문화가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에 힘입어 도요타의 자동차 렉서스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은 ‘일본 사람이라면 이런 고급차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문화가 미국과 유럽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박사= 한국의 이미지를 무엇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로는 안 된다. 현재의 우리의 강점을 발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꺼리’들을 찾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 상품화해야 한다. 신라 천년, 조선왕조 500년 등 자랑할만한 것이 적지 않다. 이를 이미지화 하면, 경제력에 걸맞은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위원= 정부가 내걸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해외에서는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

▦황 본부장= 개인적으로는 급속한 근대화, 경제발전을 나타내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괜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는 떠오르는 나라를 넘어 이미 떠오른 나라로 접어들었다.

이제 선진국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유럽인들이 관심이 많은 스포츠나 레저, 문화 등에서 한국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김 교수= 다이내믹 코리아를 반대한다. 우리보다 뒤진 나라에게는 설득력이 있는 구호다. 50년 전 못살던 나라가 성장했구나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미국, 유럽에서 다이내믹 코리아는 데모, 전쟁 등 불안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미국이나 서유럽을 공략하려면 ‘모닝 캄’(Morning Calm: 조용한 아침) 등과 같은 신비한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박사= 물론 서양은 동양에 대해 신비스러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ㆍ중ㆍ일 3국을 놓고 보면, ‘모닝 캄’이라는 식으로는 차별화 포인트를 잡기가 마땅치 않다. 한국인은 중국이나 일본인에 비해 열정적이고 열심히 일한다. 따라서 신비 이미지와 다이나믹한 이미지가 합쳐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행사에서 외국 실사단이 열정적인 한국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게 우리의 강점이다.

▦이 위원= 국가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접근할 방안은 무엇인가.

▦김 교수= 우선 외국인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의 화가, 문인, 시나리오 작가를 한국에 1년, 2년 체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쇼군’처럼 드라마나 영화가 하나 외국에서 히트를 치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성룡이 홍콩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한류가 동남아에서 우리 이미지를 바꿔놓듯이, 외국인에 의한 한국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박사= 문화가 키워드다. 외국의 한국학 연구자를 한국으로 초청, 직접 한국을 접하면서 연구하도록 하면 국가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 본부장=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선 국내 차원에서 100만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결국 돌아갈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까, 혹시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돌아봐야 한다.

또 외국에는 우리 기업이 5만 여 개나 나가 있다. 선진국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이 한국의 이미지 메이커들이다. 자기의 역할이 중대함을 알아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외국을 접하고 있는 지점부터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을 시작, 장기적이고 전략적이며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박진용 기자 hub@hk.co.kr사진=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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