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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민족주의자 솔제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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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민족주의자 솔제니친

입력
2007.06.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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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인 중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89)만큼 강직한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도 드물다. 1970년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소련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였다.

소련 당국으로부터 검열과 유형, 투옥, 추방 등 온갖 고초를 겪었고, 20년 간의 미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1994년 러시아로 귀환했다. 수난과 고집, 지성을 말해주듯 보기 좋게 벗겨진 머리와 수북하고 흰 수염도 어느덧 현자의 풍모를 이루고 있다.

▦ 서방 세계에 알려진 그는 반(反)스탈린주의자다. 또한 자신이 8년간 복역했던 강제노동수용소와도 같은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작가다. 타협도 굴복도 없이 일관된 자세는 존경 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당혹스럽다. 옛 동지에게서도 그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후배이자 동지였던 작가 블라디미르 보이노비치는 “지금의 솔제니친은 인종차별과 전체주의를 신봉하는 열린 사회의 적”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실제로 솔제니친은 “체첸 분리주의자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러시아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서 사형제도가 부활돼야 한다”고 주장하여, 그를 민주투사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더 혼란스럽게도 솔제니친은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고르바초프, 옐친 두 전직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했다. 국부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반면 비밀경찰 출신인 푸틴 현 대통령은 망가진 국가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해 왔다.

그 보답인지, 푸틴은 12일 러시아와 세계의 문화수준을 높인 공로로 솔제니친을 직접 찾아와 국가문화공로상을 수여했다. 고난의 삶을 살아온 노 작가가 뒤늦게나마 받게 되는 명예로운 보상이다.

▦ 그러면 결국 성자 같던 솔제니친도 늙마에 정권과 타협한 것일까. 그로서는 타협일 수 없다. 지금까지 그의 모든 언행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재통합을 희망하는 슬라브 민족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유대주의적인 글도, 체첸 분리주의자와 관련된 사형제도 부활 주장도, 푸틴에 대한 옹호도 모두 위대한 러시아의 회복을 목표로 행해진 것이다.

20세기의 세계적 주요 작가로서 그의 닫힌 시선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경계하면서 슬라브민족에 대해 끝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이 경탄스럽다. 일부의 비난 속에서도 민족주의를 위해 마지막 에너지까지 소진시키는 그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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